[기고]최민호 시장의 월요 이야기 ‘땀 한방울과 피 한방울’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8.19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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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호 세종시장

오래된 기억이지만 잊히지 않는 기억이 있습니다.




해병대 훈련은 예나 지금이나 고되고 강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해병대 훈련중에서도 유난히 또 더 센 훈련이 있습니다. 유격훈련이나, 공수훈련, 수색훈련 등이 그러한 것입니다. 기압 센 훈련을 찾아 굳이 지원 입대한 해병대원들도 요리조리 피하고 싶은 훈련입니다.


수색훈련은 차디찬 바닷물 속에서 잠수하고 수색하며 침투를 하는 정말이지 고된 훈련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강한 병사들을 훈련시킨다는 미 해군의 SEAL 교육 같은 것입니다. 해병대에서는 지원자를 대상으로, 만일 지원자가 없으면 차출하여 수색훈련을 시킵니다. 수색훈련에 차출되면 그야말로 '죽었다'라고 복창하며 훈련장에 끌려갑니다. 상대적으로 차출에서 제외된 대원들은 '살았다'고 환호성을 지르면서 자신의 행운을 축하할 정도입니다.



어느 해였습니다. IBS라고 하는 고무보트를 타고 적진에 침투하는 훈련이 있었습니다. 해병대라면 일상적으로 하는 훈련입니다. 무월광 암흑기간에 실제 훈련과 동일하게 실탄을 장전하고 고무보트를 타고 해안에 침투하여 적을 섬멸하는 실전과 같은 훈련입니다. 당연히 상륙할 해안을 방어하는 아군측과 긴밀한 협조하에 실시합니다.


그런데 그 해 공교로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조류의 속도를 잘못 예측했던 것입니다. 훈련을 하는 도중 조류의 급물살을 타고 사전에 협조를 구한 해안이 아닌 다른 지역 해안에 IBS(고무보트)가 접근하게 된 것입니다. 대원들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적진이라 가정한 해안에 실전과 같은 태세로 은밀하게 접근, 침투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전에 연락을 받지 못한 해안 방어부대는 기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깜깜한 야간에 적이 은밀하게 해안에 접근하는 것으로 오인한 것입니다. 해안부대는 지휘관의 지휘에 따라 침착하게 응대했습니다. 사정거리에 다가올 때까지 숨죽이고 있다가 일제히 사격을 퍼부었습니다.


순식간에 해병대원 몇 명이 총에 부상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IBS훈련팀은 별안간 당한 기습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우왕좌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훈련이 실전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해안방어부대에 해병대 IBS훈련팀이라는 것이 알려질 때까지 사격은 계속되었고 그때까지 대원들은 속절없이 바닷속과 해안의 바위 등에 몸을 숨기며 사격을 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태는 곧 끝났지만, 해병대의 희생자가 나온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현장에서 희생자를 판별하며 부상자 후송 등 사후조치에 만전을 기하면서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IBS훈련팀의 대원 중 수색훈련을 받은 자는 훈련받은대로 기민하게 대처하여 희생자가 아무도 없었던 반면, 희생자들의 대부분은 수색훈련을 받지 않는 대원들이었던 것입니다. 사고에 대한 책임문제가 뒤따랐지만, 사고를 통해 해병대 대원들은 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훈련 시의 땀 한 방울이 실전에서의 피 한 방울이다." 라는 흔하고 흔한 형식적인 말이 결코 형식이 아니었음을 뼈저리게 깨달았던 것입니다. 그로부터 수색훈련을 서로 받겠다는 지원이 늘어났습니다.


군사훈련은 여름철 난로와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름철에 쓸모없다고 외면해서는 안 되는, 혹한의 겨울이 오면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쟁의 승패는 평상시 훈련이 좌우합니다. 손자병법에는 천일양병 일일용병(千⽇養兵 ⼀⽇⽤兵)이라 하여 군사 하루를 쓰기 위해 천일을 기른다는 말로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군사력의 근본은 훈련입니다. 훈련을 잘한 군대만이 최고의 전투력을 보유할 수 있고, 이런 군대의 존재가 전쟁을 억제할 것입니다.


8월19일부터 일주일간 우리는 을지훈련에 돌입하게 됩니다. 민관군이 함께 적의 침략에 대비하여 민방공 훈련, 교통통제, 야간 통금훈련, 등화관제 등의 훈련을 실시합니다.


밤낮 없는 2교대 근무와 언제 발생할지 모를 모의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함에 모두들 고단한 한 주를 보낼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흘린 땀이 국가안보를 위한 소중한 피를 아끼는 것임을 기억하며 훈련에 임해야겠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을지훈련에서 흘릴 우리의 땀방울들이 겨울철 우리 가족을 따뜻하게 보호해 줄 난로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박웅현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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