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그룹 ‘勝’ 에프앤가이드 경영권 분쟁 사실상 종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0.17 11:02

31일 임시주주총회 소집
김군호 전 회장 의지 확인
“기싸움서 완전히 밀렸다”
화천그룹, 지분 48% 확보


에프앤가이드 CI.

▲에프앤가이드 CI.

통상적으로 경영권 분쟁 관련 주주총회 개최 공시는 양측의 전략과 절실함이 담겨있다. 하지만 이번 에프앤가이드의 주주총회 개최 사실 공시는 달랐다. 오히려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결됐음을 시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지난 16일 에프앤가이드는 오는 10월 31일 서울 강서구 마곡에 위치한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연다고 공시했다. 이번 임시주주총회는 이사 선임을 위한 것으로 후보는 총 4명이다. 화천그룹 측은 권형석·권형운 화천기계 공동대표를, 김군호 에프앤가이드 전 회장 측은 서명석, 김현전 등 각각 2명을 후보로 올렸다.


업계에서는 이번 주주총회 최종 승리자는 화천그룹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실상 경영권 분쟁이 끝났다는 거다.



최대주주인 화천그룹은 지난달 2일 임시주주총회소집허가 신청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기하면서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의 시작을 알렸다. 최대주주는 임시주총을 소집해 확보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경영권까지 확보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지분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지난 6월 말 기준 38.55%였던 화천그룹의 에프앤가이드 지분율은 9월 26일 48%로 급등했다.


이 과정은 화천기계가 앞장섰다. 화천기계는 상당히 공격적으로 지분을 매입했다. 막판에는 화천기계가 9만9000주를 36억원을 투입해 인수하기도 했다. 이틀 사이 화천기계는 주당 3만6000원 수준으로 에프앤가이드 주식을 매입한 셈이다. 이는 에프앤가이드의 평소 주가 수준인 5000원에서 1만원 사이임을 고려할 때 3~6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 사이 김군호 전 회장 측은 별 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그들은 지분율은 여전히 22% 수준에 머물렀다.




주가로도 확인되는 기대감

경영권 분쟁이 종료됐다는 분위기는 주가 하락에서도 엿볼 수 있다. 화천기계가 김 전 대표와 지분싸움을 위해 공격적으로 주식을 매수하면서 에프앤가이드 주가는 지난 9월 24일 3만8450원까지 올랐다. 사상 최고가다. 하지만 주가는 하락세를 이어오면서 16일 종가 기준 1만2900원을 기록했다. 고점 대비 주가는 반토막 이상인 66.44%(2만5550원)가 하락한 수치다. 상대방이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주가는 기업가치 수준으로 회귀하는 것은 당연하다.


주주총회 소집 공시 내용에서도 경영권 분쟁의 종결을 짐작할 수 있다. 김군호 전 회장 측은 주주 권유 취지로 '주주총회의 원활한 진행 및 의사 정족수 확보'라고 명기했다. 이는 경영권 분쟁 치고는 너무 싱겁다는 평가다. 일반적으로 주주총회 소집 공시의 취지는 주주들을 설득하는 과정으로, 의지가 있다면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경영권 분쟁 사례와 비교해볼 때 더욱 두드러진다. 올 초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 당시 임종윤과 한미사이언스, 베뉴지에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배진한 노블리스인베스트먼트 회장의 취지, 이화전기 정기주주총회 당시 김현 이화그룹 주주연대 대표의 취지 등은 한 페이지를 족히 넘기는 내용을 담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가 화천기계와)기싸움에서 완전히 밀렸다고 봐야 한다"며 “(화천기계가) 만원도 안 되는 주식에 대해 앞뒤를 따지지 않고 매수하다 보니 결국 4만원까지 갔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에 반해 상대방인 김 대표는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화천기계는 상대방이 매수하는 모습이 보인다면 주저없이 주식을 인수하는 공격적인 전략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박기범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