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KB증권에 들이닥친 금감원 현장조사
‘자본시장법 제125조’ 위반 여부 쟁점
과징금·손해배상 가능성…대우證 등 사례 눈길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이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계획을 사전에 알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들어갔다. 증권신고서의 허위기재 등을 규제하는 자본시장법 제125조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비슷한 사례에서 증권사가 과징금과 손해배상 책임을 진 전례가 있어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투자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도 제기된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미래에셋증권에 이어 KB증권에도 현장 검사를 실시했다. KB증권이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과정에서 온라인 청약 시스템을 담당했고, 유상증자 공동모집주선회사인 만큼 부정거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약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이는 공개매수 직후 일주일 만에 결정된 것이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신고서에 '공개매수 이후 재무구조 등에 변경을 가져오는 계획이 없다'고 명시했지만, 금융당국은 이를 허위 기재해 투자자들을 오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에 대한 조사 역시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당시 유상증자 계획을 사전에 알고도 묵인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조항은 자본시장법 제125조다. 이 조항은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에 중요 사항이 허위로 기재되거나 누락돼 증권 취득자가 손해를 입을 경우, 해당 회사뿐 아니라 증권 인수인과 주선인 역시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과정에 문제가 있을 경우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도 투자자들에 대한 배상 책임을 질 가능성이 있다.
증권업계 자본시장법 제125조 위반 대표 사례
실제로 자본시장법 제125조에 따라 증권사가 과징금 및 손해배상 책임을 진 사례가 있다. 그중 첫 사례로 꼽히는 것은 약 2100억원의 투자 손실을 초래한 '중국 고섬 분식회계 사건'이다.
2011년 코스피에 상장된 중국 섬유업체 고섬은 증권신고서에 현금 자산 약 1016억원을 허위로 기재해 약 2100억원의 공모 자금을 부당하게 확보했다. 당시 고섬의 상장을 주관했던 대우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금융위원회의 조사 결과 부실 실사의 책임을 인정받아 각각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한화투자증권은 대표주관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과징금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2020년 대법원에서 과징금 부과가 최종 확정됐다. 또한 고섬 투자자 550명이 대우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2016년에 일부 승소해 수십억원을 배상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파두 사태'가 있다. 코스닥 상장사 파두는 작년 상장 당시 연간 추정 매출액을 1203억원으로 기재했으나, 상장 직후 발표된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8% 감소한 3억원에 그쳐 '뻥튀기 상장'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파두와 함께 상장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현재 파두의 주주들은 이들 주관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집단소송을 주관하는 법무법인 한누리 관계자는 “집단소송은 진행 중이며 현재 소송허가신청 절차 중이기에 변론 기일이 잡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고려아연 유상증자 사태에서도 자본시장법 제125조 위반이 확인될 경우 증권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신한투자증권이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업무 범위를 벗어난 거래로 13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낸 사실이 밝혀지면서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더욱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미래에셋증권 등에 대해 “법 위반 여부를 신속히 점검하고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증권신고서 효력이 발생하는 오는 14일 전에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파두 사태에 연루된 증권사들도 아직 금감원 내부 조사가 진행되고 있을 수 있다"며 “고섬 사례도 수년이 걸렸던 것처럼 이번 고려아연 관련 문제도 장기화될 가능성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