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위기 대응 리더십②] ‘70년대생 첫 CEO·재무통’…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쇄신 인사’ 승부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2.09 14:07

현대건설 ‘70년대생 CEO’ 이한우 발탁···주택본부장 출신 ‘주택통’
현대엔지니어링 기아 출신 주우정 사령탑으로···수익성 개선 도모할 듯

건설업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 문제가 심각한데 가계대출 규제로 수요까지 줄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 등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도 한가득이다. 건설업계는 최고경영자(CEO)를 바꾸거나 내부 조직을 재정비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국내 주요 건설사 리더십 변화 양상을 진단하고 내년 달라질 것들은 예상해본다. <편집자주>


이한우 현대건설 신임 대표(부사장).

▲이한우 현대건설 신임 대표(부사장).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건설업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리더십 교체' 승부수를 띄웠다. 건설사에서 보기 드문 '70년대생 최고경영자(CEO)'를 임명하는가 하면 기아에서 최대 실적 성공신화를 썼던 '재무통'을 데려왔다. 양사 모두 본업에 충실하며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달 정기인사를 통해 현대건설의 새 대표이사로 이한우 주택사업본부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임명했다. 또 주우정 기아차 재경본부장을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에 앉혔다.


이 대표가 현대건설을 맡는다는 하마평이 돌 당시부터 업계 안팎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보수적인 건설업계에서 1970년대생 CEO가 탄생하는 게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전임자인 윤영준 대표는 1957년생이다. 현대건설 전무 12명 중에서도 1970년대생은 이 대표를 제외하면 1명 뿐이다. 경쟁사 중에서도 총수 일가를 제외하면 젊은 리더십을 가진 경우는 없다.



윤 전 대표가 올해 초 연임에 성공했었지만 1년이 채 안 된 시점에서 새로운 인물로 교체됐다는 점도 관심을 끌고 있다. '도전정신'으로 상징되는 그룹 헤리티지를 지속 계승하는 동시에 미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더욱 주력하기 위한 결단이라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이 대표는 서울대에서 건축공학 학사를 받고 현대건설에서 30년 이상 몸담았다. 주택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한 '주택통'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우선 회사의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정비사업 수주 등 기존에 성과를 냈던 분야 분위기를 이어가고 각종 토목·플랜트 등 사업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일정 수준 조직개편 역시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비용절감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차원이다. 현대건설의 올해 1~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5조4234억원, 512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이 20.8% 늘었음에도 영업이익은 20% 빠졌다.


별도 기준으로 놓고 보면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올해 영업이익이 1분기 1012억원, 2분기 808억원, 3분기 103억원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원가율 악화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외형 성장까지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신임 대표(사장).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신임 대표(사장).

현대엔지니어링을 이끌게 된 주 대표는 대표적인 '재무통'이다. 현대제철 재무관리실장, 기아차 재경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기아가 창사 이래 최고 실적 달성할 당시 이익률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알려졌다. 기아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보기 드물게 10%대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해오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형제 브랜드인 현대차(8% 안팎) 역시 뛰어넘는 수치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5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3% 줄었다.


시장에서는 주 대표 체제 아래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이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그간 꾸준히 IPO나 현대건설과 합병 등을 추진해왔다. 회사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보유 지분을 현금화하기 위해서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실적이 우선 개선돼야 한다는 게 증권가 중론이다. 주 대표 역시 줄어든 해외계약 실적 등을 정상화하는 데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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