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2N, 공동대표 채택…넷마블·SOOP 등은 각자대표
사업 추진-관리·지원 분담 형태…의사결정 속도 등 차이
대기업은 공동대표, 중견기업은 각자대표 전환 두드러져
정보기술(IT) 업계가 올들어 '투톱 체제'를 잇따라 내세우고 있다. 기술 동향과 시장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며 이같은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공동대표·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공통적으로 한쪽은 기존 사업 확장과 신사업 추진을 맡고, 다른쪽은 관리·지원 및 대외를 총괄하는 방식으로 분담하는 구조를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 단행된 정기인사를 통해 전영현 부회장을 공동대표로 내정, 기존 한종희 부회장 단독대표 체제에서 2인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전 부회장은 메모리사업부를 진두지휘하고, 한 부회장은 기존 디바이스경험(DX) 부문과 품질혁신위원회를 맡는다. 반도체 시장 경쟁력 회복을 위해 대표가 직접 사업을 챙기는 구조로 개편한 것으로 풀이된다.
SOOP(숲·옛 아프리카TV)은 최근 서수길 최고BJ책임자(CBO)가 대표로 복귀함에 따라 정찬용 단독대표 체제에서 서수길·정찬용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서 각자대표가 글로벌·신규 사업을 맡아 장기 성장 전략을 주도하고, 정 각자대표는 기존 플랫폼 사업 운영을 맡아 안정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게임업계에서도 '투톱 체제' 전환 사례가 늘고 있다. 1997년 이후 줄곧 김택진 단독대표 체제로 운영돼 오던 엔씨는 지난 3월 박병무 공동대표를 선임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넥슨코리아는 지난 3월 이정헌 전 대표가 일본법인 대표로 취임함에 따라 강대현·김정욱 공동대표 체제로 재편했다. 지난 2010년 이후 14년 만이다. 같은달 넷마블 역시 김병규·권영식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위메이드의 자회사인 위메이드맥스도 지난달 12일 손면석 매드엔진 창업자를 각자대표로 신규 선임, 기존 이길형 대표와 2인 체제를 구축했다.
이외에도 한컴그룹의 안전장비 자회사 한컴라이프케어는 지난 3월 오병진·김선영 각자대표 체제를, 블록체인 전문기업 한컴위드는 지난 7월 송상엽·변성준 각자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이는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사업 추진력과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조치다. 각 대표의 경영 전문성을 살려 성과 지표를 높이고,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에도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중견기업은 각자대표, 대기업은 공동대표 체제 전환이 두드러진다.
각 체제의 차이는 대표가 2명 이상일 때 법인의 의사결정권과 공동합의 여부에서 나타난다. 각자대표 체제는 복수의 대표가 권한을 단독으로 행사할 수 있는 경영체제다. 각 대표들의 자율성이 보장돼 의사결정이 빠르다는 이점이 있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일관된 경영, 다양한 전문성이 요구되는 기업에 적합한 체제로 평가받는다.
공동대표 체제는 공동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대표권 남용을 통제할 수 있는 대신, 의사결정 속도가 각자대표 체제에 비해선 다소 느린 편이다. 신중한 의사결정과 균형 잡힌 경영, 통일된 업무 집행이 필요한 기업에 주로 적용된다.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이해관계자의 수도 많아지는 만큼 더 복잡한 의결 구조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산업이 빠르게 재편되면서 2인 대표 체제, 분사 등 의결 속도를 높이는 방향의 조직개편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각 대표가 맡은 사업 부문에 대한 책임경영 체제를 확실히 구축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