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교체하고 조직개편 승부수···“본원 경쟁력 강화”
임원 줄이고 슬림화 추진···AI·에너지 등 신사업 확장 기대
건설업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 문제가 심각한데 가계대출 규제로 수요까지 줄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 등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도 한가득이다. 건설업계는 최고경영자(CEO)를 바꾸거나 내부 조직을 재정비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국내 주요 건설사 리더십 변화 양상을 진단하고 내년 달라질 것들을 예상해본다. <편집자주>
SK에코플랜트는 주요 건설사 중 가장 발 빠르게 위기 대응을 위한 활로를 모색한 곳으로 꼽힌다. 리더십을 교체해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과감한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본원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지난 7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김형근 사장을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했다. 1970년생인 김 사장은 서울대학교를 나와 1997년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유공에 입사했다. SK에어가스 대표, SK주식회사 포트폴리오매니지먼트부문장, SK E&S 재무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김 사장은 전략 및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역량과 재무 전문성을 두루 겸비한 최고경영자(CEO)라는 평가를 받는다. 회사 비즈니스 모델을 환경·에너지 중심으로 돌리고 건설 등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취임 이후 구성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차별적 경쟁력 제고'를 주문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장동현 부회장을 대표로 맞이하며 이미 변화를 도모했다. 그룹 내 최고 '재무통'이자 부회장급 인사가 내려오며 효율성 개선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올해 들어 회사는 체질 개선과 내실 다지기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며 위기에 맞섰다. 우선 몸집을 가볍게 했다. 10월 조기 인사를 통해 임원을 기존 66명에서 51명으로 줄이는 결단을 내렸다. SK에코플랜트와 자회사 SK에코엔지니어링은 지난달부터 50대 이상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도 명예퇴직을 진행 중이다.
조직 개편도 이어졌다. SK에코플랜트는 반도체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이테크 사업' 신설을 골자로 지난 10월 회사 구조를 변경했다. 하이테크 사업은 반도체 시장 성장에 대응해 반도체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이다. 반도체 고객의 다양한 수요에 적극 대응하는 차원에서 플랜트는 물론 관리 서비스도 제공한다. 마케팅·환경 조직도 새롭게 만들었다.
이밖에 미래 핵심사업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장 선점을 위해 에너지 사업 조직은 별도로 독립시켰다. 에너지 사업은 연료전지, 재생에너지 사업 등과 시너지를 도모할 방침이다. 건축·토목·플랜트 조직은 하나로 통합했다.
업계에서는 SK에코플랜트를 이끄는 두 수장이 모두 '재무통'인 만큼 향후 효율성 개선 작업에 속도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3분기 연결 기준 11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상태다. 같은 기간 매출액(2조1047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18.6% 감소했다. 자회사 SK에코엔지니어링 등이 원가율 상승 등으로 기대 이하 성적을 받아든 게 주요 원인이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조직개편·리더십 변화 이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성과 안정성을 확보함으로써 질적 성장체계 구축을 완수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