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위기 인사태풍 피한 식품군, 해외 확장 공통분모
롯데웰푸드, ‘빼빼로 글로벌화’ 특명에 생산량 늘리기
롯데칠성도 서구시장 공략 ‘역외매출 비중 45%’ 주력
美진출 가속화 롯데GRS, 내년 ‘롯데리아 1호점’ 오픈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설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올해 양호한 실적 성적표를 받아든 과자·음료·외식 등 식품 계열사들이 성장 액셀(가속장치)을 힘차게 밟으며 '그룹 구원투수'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특히, 이들 롯데 식품군들이 지속성장 중장기 전략으로 '글로벌 사업 확대'를 공통 기치로 내걸고 있어 그룹에 든든한 수호천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그룹은 성장 가능성이 낮은 계열사를 정리하는 대신에 식품분야 계열사들에 힘을 실어주면서 역량 안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롯데그룹은 롯데렌탈 매각과 함께 신사업 핵심인 롯데헬스케어 청산까지 예고한 가운데 조직 양대 축인 화학·유통 부문도 비효율 자산을 매각하며 긴축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하지만, 식품 계열사들을 바라보는 그룹 지주사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 실적 선방을 바탕으로 해외시장 공략과 함께 향후 사업 성과를 동시에 창출해야 하는 식품사들을 성장 확대를 위해 공격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먼저, 롯데웰푸드는 주력상품 '빼빼로'의 글로벌 메가 브랜드화에 집중하고 있다. 올 들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원료 수급을 위해 직접 현장 경영에 나설 만큼 롯데웰푸드에 거는 기대감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신 회장이 2000억원 수준의 빼빼로 연매출을 10년 내 1조원까지 키우라고 주문한 만큼 계열사 차원에서 내년 하반기 가동 목표로 인도시장의 첫 빼빼로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등 해외사업 볼륨을 키우는 데 공들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도 침체기인 내수시장을 벗어나 해외시장으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가장 최근 성적인 올 3분기 해외 매출액만 3510억원으로 전년 대비 359.5% 늘었고, 영업이익도 72.5% 증가한 143억원을 거두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도 보이고 있다.
중장기 비전으로 오는 2028년까지 현재 36%인 글로벌 매출 비중을 45%까지 높인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유럽 등 서구권 위주로 수출을 강화하고, 현지 주류 채널 입점 확대·글로벌 기업과 파트너십 강화·현지 맞춤형 브랜드 포트폴리오 구축 등의 사업 계획을 수립한 상태다.
롯데GRS 역시 주력 외식 브랜드 '롯데리아'를 앞세워 프랜차이즈 본고장인 미국 시장 진출에 도전장을 내민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미국 델라웨어주에 현지법인 'LOTTE GRS USA'를 세우고, 올해 2월 캘리포니아주에 매장운영 법인 'LOTTERIA USA'도 추가 설립하는 등 사업 가속화에 몰두하고 있다.
내년 캘리포니아주에 선보이는 미국 롯데리아 1호점의 구체적인 개장 시점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지만, K-푸드의 정체성을 유지하되 북미 소비자 입맛을 고려한 특화제품을 개발해 판매한다는 구상이다.
롯데 식품 계열사의 사업 중요도는 최근 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달 37개 계열사 중 CEO(최고 경영자) 21명을 교체할 만큼 인사 태풍이 불었던 반면, 식품 계열사 수장 모두 유임에 성공하며 사업 전략 일관성을 유지하게 됐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업계는 올해 내수 침체 등 경기 불황에도 롯데 식품 계열사들이 실적 선방에 성공하며 그룹 차원에서 성장세를 높게 평가한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1~3분기 누적 기준 롯데웰푸드 매출은 3조737억원으로 전년(3조867억원 대비) 소폭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1767억원에서 1478억원으로 19.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롯데칠성음료는 영업이익이 2027억원에서 1757억원으로 13% 떨어졌지만, 3분기 만에 누적 매출 3조원을 기록하며 올해 매출 4조원 클럽 입성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롯데GRS의 경우 3분기 누적 기준 매출(7440억원)과 영업이익(360억원) 각각 전년 대비 7%, 109% 상승했는데, 지금 추세대로라면 7년 만에 연매출 1조원대로 재진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