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상승에 에너지 수입비용 급증…한전·가스公 다시 위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2.27 14:48

비상계엄 이후 환율 폭등, 27일 1486원까지 치솟아

국제 에너지가격 안정세에 환율 급등이 찬물 끼얹어

요금 반영 시 물가상승, 공기업 떠 안으면 재무부실

경제전문가 “요금 반영이 더 나은 선택, 빨리 정세 안정 찾아야”

1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본사.

겨울출 난방 연료 수입이 본격화되고 있는 시기에 환율 상승이 겹치면서 에너지 수입비용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에너지 수입비용이 증가하면 요금 상승으로 내수시장이 타격을 받고, 정부가 이를 제한하면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위기가 더욱 악화될 수 있어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다.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가뜩이나 불안정한 외환시장에서 지난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대통령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3일 1417.5원에서 27일 오전 11시 30분경 1486원까지 올랐다가 오후 2시 30분 현재는 1470.36원을 기록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넘기는 2009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해외는 한국시장을 매우 불안정하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1

▲27일 오후 14시 40분 현재 원달러 환율이 1470.36원으로 치솟았다. 환율이 1470원을 넘기는 2009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구글

환율이 오르면 원화가치 하락으로 수출엔 도움이 되지만, 수입가격이 올라 내수시장엔 불리하게 작용한다. 특히 최근 환율 상승은 액화천연가스(LNG) 등 발전 및 난방 연료 수입이 본격화되는 겨울철과 맞물리면서 에너지 수입비용을 급증하게 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겨울철 광물성연료 수입액은 2023년 12월 157억달러, 2024년 1월 157억달러, 2월 139억달러로 일년 중 가장 많다.




한 민간 에너지기업 관계자는 “최근 환율 급등으로 에너지 수입비용이 크게 증가했다. 에너지 기업으로선 수입비용 증가를 시장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는데, 최근 정부가 에너지가격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가격을 올리기도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라며 “사고는 정부가 쳐 놓고 그 피해를 왜 국민과 기업이 봐야 하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우리나라의 주 수입 에너지는 원유, LNG, 액화석유가스(LPG) 등이다. 원유와 LPG의 수입비용 증가는 그대로 시장가격에 반영돼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비해 LNG는 사실상 정부 통제로 결정된다. 우리나라 LNG 수입의 80%를 맡고 있는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는 요금 인상 시 관련 정부부처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부는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가스공사의 요금 인상은 어렵다. 가스공사가 요금을 인상하지 못하면 비용증가분을 다 떠안아야 해 재무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가뜩이나 가스공사의 재무가 부실한 상태인데 더 어렵게 될 수 있다. 현재 가스공사 총부채는 42조원, 부채율은 400%에 이르며, 국제가격 상승으로 인한 미수금도 13조9000억원이나 쌓여 있다.


한국전력 역시 환율 상승에 따른 타격을 피할 수 없다. LNG 수입비용 증가는 발전단가 상승으로 이어져 한전의 전력구매비용을 증가시킨다. 한전이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하면 비용증가분을 다 떠안아야 해 다시 대규모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 한전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총 43조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 1480원이 1년간 지속되면 가스공사의 원료도입비는 1조8000억원이 증가하게 된다.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으로 인해 가스요금이 오르지 않으면 가스공사의 미수금과 이자비용이 더욱 증가하게 될 것이다. 또한 발전단가 상승으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발생하는데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한전 역시 부채 발행으로 이자비용이 증가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고 진단했다.


정부로서는 에너지 비용 증가분을 요금에 반영할지, 아니면 물가안정을 위해 공기업에 부담을 떠안게 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원칙적으로, 국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에너지 비용을 요금에 반영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입을 모은다.


조 교수는 “비용증가분을 요금에 반영하면 원가 부담만 지는 것이지만, 이를 공기업에 떠넘기면 원가 부담에 이자 부담까지 지게 되는 것이다. 특히 이자 부담은 미래 세대에 부담을 넘기는 꼴이기 때문에 가장 나쁜 것"이라며 “현재 국제 에너지 가격은 안정상태이기 때문에 빨리 환율이 내려가도록 정세 안정을 찾는 것이 가장 시급한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김윤경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국제 에너지가격이 안정적 수준이어서 물가 안정과 한전 및 가스공사의 재무부실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환율이 급등하게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원칙적으로 비용증가는 요금에 반영해야 한다. 일단 수입이 사용자를 위해 이뤄지는 것이고, 요금은 가격 시그널을 통해 수요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다만 서민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수송연료의 경우 교통에너지환경세 등을 낮추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