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농협 떠나 KB국민은행과 실명계좌 제휴 변경
법인 코인 투자 허용 움직임…금융당국 검토 나서
업비트·코인원도 제휴 은행 변경 가능성 주목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이 실명계좌 제휴 금융기관을 NH농협은행에서 KB국민은행으로 변경했다. 주요 코인 투자자 연령대인 젊은 청년층 고객 비중이 높은 은행으로 옮겨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더불어 최근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법인의 코인 투자를 허용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돼, 업비트와 코인원 등이 은행을 변경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14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오는 3월 24일부터 원화 입출금 은행을 NH농협은행에서 KB국민은행으로 전환한다. 은행 전환을 위한 사전등록 기간은 이달 20일부터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도 이미 빗썸이 제출한 제휴 은행 변경 신청서를 수리했다.
2018년 빗썸-농협 간 실명계좌 계약이 맺어지고 약 6년 만의 변경이다. 그간 빗썸 이용자들은 농협 이용에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당시 은행권은 코인에 대한 여론 악화, 특히 자금세탁방지(AML) 관련 사고 위험 때문에 코인 투자를 위한 계좌 개설을 반기지 않았다. 모바일 간편계좌는 쉽게 만들 수 있었으나, 일일 거래 금액이 극히 적었으며 코인 투자 목적이라면 거래 제한을 잘 풀어주지도 않았다.
농협의 경우 지점에 따라 계좌 개설을 거부하는 경우도 일부 있을 정도로 보수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코인 거래소의 예치금 규모가 커지자 은행 입장에서도 거래소가 주요 고객으로 부상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도 시행되면서 은행의 태도가 누그러졌다. 빗썸이 작년 자체 앱을 통해 농협 계좌 개설을 지원할 수 있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빗썸도 실명계좌 발급 은행을 변경할 필요를 느껴왔다. 점유율 부진 때문이다. 최근 국내 코인 거래 시장 점유율은 업비트가 70~80%, 빗썸이 20~30%로 굳어졌다. 빗썸은 작년 농협과의 계약 종료 무렵 주요 코인 투자자층인 2030 청년층 이용 비중이 가장 높은 KB국민은행으로 제휴 은행을 변경하려 했다가 무산된 바 있다.
빗썸뿐 아니라 다른 코인 거래소들도 올해~내년께 제휴은행을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금융당국의 태도 변화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발표한 '2025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을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안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법인의 코인 투자가 허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거래소 입장에선 일반 개인 투자자보다 훨씬 큰 자금이 들어올 수 있는 기회인 만큼 오랜 기간 정체된 수익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다. 비트코인도 작년 미국에서 현물 ETF가 허용된 후 금융투자업계 기관 자금이 흘러들어오면서 거래 규모가 크게 상승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카카오뱅크를 제휴 은행으로 두고 있는 업비트, 코인원도 시중은행으로 갈아탈 가능성이 있다. 인터넷 전문 은행은 대중 친화적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두고 있어 개인 투자자를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복잡한 법인 거래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업비트와 케이뱅크 간 제휴 계약은 올해 10월에 만료될 예정이다.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빗썸 외 다른 거래소들은 아직 적극적으로 은행 변경을 고려하지는 않는 것으로 안다"며 “아직 금융당국이 법인 계좌를 허용한 것은 아니라 보다 구체적인 안이 나와야 반응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