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침체·공사비 상승 등 여파···대형사 분위기 대부분 비슷할 듯
올해도 어려운 경영 환경 지속···중소·중견기업은 ‘폐업 사정권’
국내 건설업계의 '맏형'격인 현대건설이 지난해 1조2000억원대의 대규모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일시적 해외 비용 증가 때문이라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업계 전체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다른 국내 주요 건설사들도 곧 발표될 지난해 영업실적에서 공사비 급등에 따른 수익성 하락으로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보인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해 연결 기준 1조220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2001년 이후 첫 연간 기준 영업적자다.
고환율 및 원자재가 상승 기조와 함께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에서 일시적으로 발생한 비용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게 현대건설 측의 설명이다. 인도네시아(정유공장)와 사우디아라비아(가스처리시설 2곳)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서 공사 원가가 상승하면서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현대건설 측은 발주처와의 협상을 통해 추가 비용을 보전하는 한편 프로세스 재점검·공정 관리 강화를 통해 수익을 정상화한다는 방침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3% 증가한 32조694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수주 누계는 30조5281억원으로 목표치(29조원)의 105.3%를 달성했다.
다른 건설사들도 적자는 아니지만 전년 대비 영업실적이 대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선 대우건설이 작년 3460억원 정도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본다. 전년과 비교해 48% 급감한 수치다. DL이앤씨 영업이익은 2670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전년 대비 20% 가량 줄어든 숫자다. 매출액은 8조원을 넘기며 지난해보다 성장하겠지만 '수익성 악화' 해법은 찾지 못한 셈이다.
GS건설은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하겠지만 체질이 개선된 것은 아니다. 이 회사는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로 인천 검단아파트 재시공을 결정하면서 2023년 3000억원대 영업적자를 냈다. HDC현대산업개발 정도가 2023년과 비슷한 1900억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전망 역시 어둡다. 정치 불안으로 부동산 시장 회복에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대외환경도 녹록지 않아서다. 환율상승으로 인한 원자재 수입 가격 부담, 인건비 상승 등 여파로 공사비는 계속 올라갈 것으로 예측된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건설 공사비 지수는 130.26을 나타냈다. 공사비 급증이 시작되기 전인 2020년 11월(100.97)보다 29.0% 상승한 수치다. 이 지수는 건설 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의 직접 공사비에 생산자 물가 지수와 같은 관련 경제 지표를 반영해 가공한 결과다. 건설공사 물가 변동 분석의 기준이 된다.
해당 지수는 2016년 11월(87.93)부터 2020년 11월까지 4년간 14.8% 올랐다. 최근 4년(2020년 11월~2024년 11월)간 공사비 상승 폭은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건설사들은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다. 올해 분양 물량을 크게 줄이며 위기 대응 전략을 짜고 있다. 시공 능력 평가 상위 10대 건설사는 지난해 당초 계획 대비 77% 가량 아파트만 분양했다. 주요 시공사 25개로 범위를 넓히면 올해 분양 예정 물량이 14만6130가구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지역 중소 건설 기업은 이미 부도·폐업 위기에 직면했다. 작년 부도를 신고한 건설업체는 29곳으로 2019년(49곳) 이후 5년 만에 최대를 나타냈다. 이 중 86.2%(25곳)는 지방 소재 건설사였다. 올해 들어서는 중견기업 신동아건설이 기업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경남 지역 2위 건설사 대저건설도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사비가 오르는데 지방 등에서는 미분양 공포까지 여전한 상황"이라며 “인상된 공사비로 계약한 사업장 비중이 늘어나야 해 (실적이 개선될때까지) 시간이 조금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