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계열분리·실적 향상 가속화…또다시 대규모 인수 진행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2.13 17:16

김동관 부회장, 방산 약진 속 MRO 사업 강화 기반 마련

김동원 사장, 해외 금융업 진출 박차…캐롯손보 매각 부인

김동선 부사장, 아워홈 품고 푸드테크 경쟁력 향상 나서

서울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

▲서울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

한화그룹이 사업재편을 통한 승계구도 다지기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화오션 인수 이후 약 2년만에 다시금 조단위 인수에 나서는 등 최근 4년간 연결 기준 연간 2조원대를 기록 중인 한화의 영업이익을 3조원대로 높이기 위한 굵직한 발걸음도 연달아 내딛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조3000억원을 들여 한화임팩트파트너스와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 매입을 결정했다. AS-21 레드백 등 지상 뿐 아니라 3000t이상급 잠수함을 비롯한 해양 무기체계를 앞세워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지상-해양 무기체계 수출과 유지·보수·정비(MRO) 수주를 '패키지'로 구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2022년 40위권이었던 글로벌 방산업체 매출 순위를 1년 만에 20위권으로 높인 상승세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자회사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를 토대로 미국 등 글로벌 함정 MRO 시장에서 성과도 낸다는 방침이다. 대한민국이 선박 건조역량을 바탕으로 적기에 MRO 수행이 가능한 서방진영 국가로 '러브콜'을 받는 상황을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한화그룹 방산·조선 계열사를 이끄는 김동관 한화 부회장 역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서 현지 정부·군 관계자들과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등 글로벌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스티븐 쾰러 미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관과 만나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한화에어로가 폴란드향 K-9 자주포·K-239 천무 다연장로켓 등을 앞세워 조단위 영업이익 창출이 가능한 사업구조를 갖춘 만큼 한화오션 지분 추가 인수를 통한 시너지 강화를 모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식자재·급식회사 아워홈과 지분 58.62% 매입을 내용으로 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번 인수는 김동선 부사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갤러리아·호텔앤드리조트와 시너지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규모 확장을 통해 입지 강화를 모색하려는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특히 푸드테크 분야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한화는 F&B와 급식 조리 현장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아워홈의 시장점유율이 접목되면 협동·서비스로봇도 수혜를 입는다는 것이다. 로봇도 김 부사장의 '영역'으로, 해외 전시회에서 시장·기술 동향을 관찰하는 등 애정을 보이고 있다.




다만, 아워홈의 기업가치가 총 1조5000억원에 달하는 까닭에 지분 매수에만 8695억원이 필요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종합적인 경쟁력을 지닌 기업이 많지 않음에도 시장에서 예상 밖의 금액이라는 관측이 나왔던 까닭이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300억원 수준이라는 점도 문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여기에 일부 외부 차입을 더해 2500억원 규모의 출자금을 조성하고, 재무적 투자자(FI)의 출자금과 인수금융을 더한다는 방침이다.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이끄는 금융계열사도 해외 시장 진출을 지속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초고령화·저출산 등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성장성 저하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해외 사업을 강화하는 중으로, 베트남에 이어 인도네시아를 공략 중이다. 이미 현지 생명·손해보험사 지분을 인수했고, 국내 보험사 최초의 해외 은행업 진출 프로세스도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현지 영업력 강화를 위한 자금 투입이 필요한 가운데 지난해 3분기말 기준 한화생명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약 1조9000억원)이 2023년말 대비 1조7000억원, 한화손해보험 역시 같은 기간 3800억원에서 2800억원 규모로 축소됐다.


이날 공시를 통해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한화손해보험이 인터넷 전업 손해보험사 캐롯손보를 매각할 것이라는 주장이 불거졌던 이유다.


한화손해보험은 지난해말 1200억원의 '지원사격'을 포함해 최근 2년간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등 캐롯손보의 흑자전환을 위한 노력을 경주했으나, 수익성 향상이 어려운 자동차보험 위주의 상품 구조에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최근 들어 적자 폭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으나, 더 이상의 자금 투입은 어렵다는 관측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3형제가 맡고 있는 영역의 경쟁력을 키우면 그룹의 지속가능성도 높아진다"며 “한화오션 지분 매각으로 자금을 확보한 한화에너지가 이를 활용해 기업가치를 높이면 김승연 한화 회장이 보유한 ㈜한화 지분 매입에도 기여하는 등 승계과정도 원활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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