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프랑스 젊은 극우의 ‘전진‘vs 한국 젊은 극우의 ’퇴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2.24 11:03

성일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발행인

성일권

▲성일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발행인

태극기와 성조기, 이스라엘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며 뒤엉킨다. 광장의 함성은 거칠고, 붉어진 얼굴들은 한 세기 전의 망령과 싸우듯 외친다. “빨갱이를 척결하라!" 낡은 이념의 잔재가 먼지처럼 흩날린다. 그들의 주먹은 과거를 향해 있지만, 시선은 미래를 잃어버렸다.




반면, 프랑스의 젊은 극우들은 과거의 유령과 싸우는 대신 권력을 향해 손을 뻗는다. 그들의 선봉에는 조르당 바르델라가 있다. 28세의 젊은 나이에 국민연합(RN)의 대표가 된 그는 프랑스 정치의 풍경을 단숨에 바꿔 놓았다. 마크롱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때로는 그를 압박하는 협상 파트너로, 때로는 대체 불가능한 정치적 존재로 떠올랐다.


이탈리아 이민자의 외동아들로 태어나, 파리 변두리 센생드니에서 성장한 바르델라는 16세에 극우 정당에 발을 들였다. 소르본 대학에서 지리학을 공부했지만, 그에게 필요한 것은 강단의 지도가 아니라 권력의 지형도였다. 그는 망설임 없이 대학을 떠났고, 그 선택은 옳았다. 23세에 국민연합의 대표 후보로 유럽의회 선거를 이끌었고, 2022년 마린 르펜이 대선에서 패배한 후에는 당 대표 자리를 차지했다. 마치 정해진 운명처럼, 그는 빠르고 정확하게 권력의 중심으로 걸어 들어갔다.



바르델라는 국민연합을 변방의 그늘에서 끌어내 정당다운 정당으로 변모시켰다. 한때 나치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던 극우 정당을, 그는 젊고 세련된 이미지로 덧칠했다. 반이민, 반유럽연합, 프랑스 우선주의라는 메시지는 그대로이지만, 이를 전달하는 목소리는 달랐다. 그는 틱톡에서 수백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며, 와인을 음미하고, 사탕 하나를 먹는 모습조차 수백만 회 조회되는 정치인이 되었다. 정치는 구호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감각으로 스며드는 것임을 그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의 국민연합은 이제 현실 정치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지난해 총선에서 국민연합은 143석을 차지하며 프랑스 정치의 주류로 발돋움했다. 좌파 연합과 손잡고 정부의 복지 축소 정책에 반대하는 등, 민생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며 유권자들에게 다가갔다. 한때 '변방의 왕따'였던 극우 정당은 이제 당당히 권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젊은 극우들은 여전히 과거의 잔해 속에서 길을 잃고 있다. 성조기와 이스라엘 깃발을 들고, 존재하지 않는 적과 싸우는 유령 군대처럼 광장을 떠돈다. 개신교 목사들은 강단을 버리고 거리로 나와, 쿠데타로 기소된 전직 권력자를 영웅으로 만들고, 낡은 반공 구호를 외치며 젊은이들을 선동한다.


한때 '젊은 피'로 기대받던 정치 신예들은 어디로 갔는가. 그들은 박근혜, 이명박, 윤석열 정권의 부름을 받아 등장했지만, 결국 늙은 극우들의 도구로 소모되었다. 지난 대선에서는 '이대남 전략'을 내세워 젊은 남성들의 표를 긁어모았지만, 정권이 들어서자 그들은 버려졌다. 더 늦기 전에 자신만의 정치적 입지를 다질 수 있었을 텐데, 결국 기성 정치의 권모술수 속에서 길을 잃었다.




프랑스의 젊은 극우는 권력을 향해 나아가지만, 한국의 젊은 극우는 과거의 그림자와 씨름하고 있다. 세계는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며 변화를 맞이하는데, 우리는 아직도 반세기 전의 전쟁을 되풀이한다. 미국의 트럼프, 중국의 시진핑, 프랑스의 마크롱이 글로벌 헤게모니를 두고 경쟁하는 시대에, 우리의 젊은 극우들은 여전히 철 지난 선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 시대의 젊은 정치인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꿈꾸는가. 세상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어두운 과거 속에서 발을 빼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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