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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기후에너지부 기자
모자(母子) 관계인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간의 바라카 원전 비용 분쟁이 국제 중재위원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탄핵정국으로 인한 정권교체 가능성에 눈치를 보는 공무원들의 소극적 태도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한전과 한수원 간의 바라카 원전 비용 분쟁은 이미 오랜 시간 지속된 문제다. 그동안 '어련히 합의하겠지'라던 업계의 예측과 달리 두 기업 간의 합의는 쉽사리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제 중재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적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럼에도 산업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어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산업부가 이 문제에 소극적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탄핵과 정권교체 가능성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원전 최강국'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에서는 원전 관련 부서가 힘을 얻었고, 공무원들도 원전 부서를 선호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탄핵정국으로 접어들면서 공무원들은 원전 관련 업무를 기피하고, 차기 정권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특히, 차기 정권에서 원전 업무를 열심히 했던 공무원들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정부에서 무슨 일을 했느냐는 식으로 차별하고 불이익을 주는 관행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공무원들이 정권에 상관없이 주어진 과제를 열심히 수행해야 할 책무만 있다는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폐습이다.
산업부는 한전과 한수원 간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제 중재로 넘어가기 전에 두 기업 간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산업부는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두 기업 간의 협상을 주도해야 한다. 또한, 정치권에서 먼저 공무원들이 차기 정권을 걱정하지 않고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인사상의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산업부와 공무원들이 국가적 사안을 해결하는 데 있어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고,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