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업계 자기자본 1위 ‘우뚝’…‘김성환의 야망’ 현실될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3.12 15:24

7000억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자기자본 ‘10조’

미래에셋 쫓아 해외진출 확대 ‘신호탄’ 될까

1호 IMA 인가 취득 여부도 관심 “지켜 봐야”

김성환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2025년 우리는 증권업 내 경쟁 구도를 벗어나 압도적이며 동시에 완전히 차별화된 넘버 원을 목표로 할 것입니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가 올해 신년사에서 한 발언이다. 이 말 그대로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대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 별도 자기자본 10조원에 도달하며 '업계 1위'가 됐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를 토대로 한국투자증권이 글로벌 및 신사업 진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투자증권은 7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했다. 지주사 한국금융지주가 이를 전액 인수하며, 납입 예정일은 오는 28일이다. 이 신종자본증권의 발행 규모는 작년말 별도 기준 자기자본(약 9조3000억원)의 7.5% 규모다.



이로써 한국투자증권은 별도 기준 자기자본 약 10조원을 넘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말 9조8901억원이었던 미래에셋증권을 제치고 증권업계 1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커질수록 IB, 트레이딩, 자산관리 등 사업 확장이 용이하다. 리스크 관리 능력 강화, 신용등급 상승, 자금조달 비용 절감 등 이점도 있다. 당국에서도 증권사의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초대형 IB 등 라이센스를 부여하고 있다.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차별화 요소 역시 자기자본 규모에서 발생하는 만큼, 각 증권사들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자본을 확충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서는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 목적을 전액 채무상환자금으로 설정했다. 회사는 이 자금을 올 4~6월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어음(CP) 11건 상환에 쓴다는 계획이다.


신종자본증권은 부채에 해당하지만, 만기가 없거나 매우 길고 일정 조건 하에 이자 지급도 연기될 수 있어 자기자본으로 인정된다. 이에 따라 한국투자증권의 순자본비율은 2515.2%에서 3034.0%로, 조정순자본비율도 166.8%에서 179.3%로 오르는 등 자본적정성 지표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단 신용평가사에서는 신종자본증권 발행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재무 개선이 이뤄질지라도 아직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져, 발행어음 비중 등이 높아 부담 요인이어서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의 이번 자본 확대가 해외 및 신사업으로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우선 한국투자증권은 미래에셋증권과 더불어 해외사업이 가장 활발한 증권사다. 증권사가 글로벌 IB로 성장하려면 자본력을 확충해야 현지법인 출자, 해외 인수합병(M&A)에 유리하다.


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실천한 곳이 미래에셋증권이다. 현재 미래에셋증권은 미국, 홍콩, 런던 등 11개국에 진출, 증권업계에서 가장 넓은 해외 법인망을 보유하고 있다. 작년에는 인도 5위권 증권사 '쉐어칸'을 인수해 310만명의 고객을 추가 확보했다. 그 결과 작년 해외법인에서 난 세전이익만 1661억원으로, 국내 업황 악화 속에서 미래에셋이 선방한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투자증권도 작년 해외법인에서만 777억원 수익을 낼 정도로 인프라를 확대했지만, 미래에셋에 비해선 부족했다. 또 최근 수년간 업황 악화로 국내 시장에서의 수익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미 김성환 대표도 올해 신년사에서 '글로벌화'를 새해 전략으로 제시했다.


최근에도 김 대표는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글로벌 증권사와 경쟁하려면 몸집을 키워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확장된 자기자본을 토대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 모인다. 당장 높은 가능성을 보이는 것은 종합자산관리계좌(IMA) 사업자다. IMA는 고객 자금을 운용해 수익을 지급하는 계좌로,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초대형 IB가 할 수 있는 업무다. 이 IMA는 조달 규모에 한계가 없어 증권사들이 막대한 운용자산을 확보할 기회로 꼽힌다.


국내 IMA 사업자 인가는 오랜 기간 자격을 충족하는 회사가 없어 유명무실해졌지만, 현재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요건을 갖춰 어느 증권사가 '1호 IMA'가 될지 관심거리다.


이런 기대에 대해 한국투자증권 측은 다소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한 관계자는 “공시에 나온 대로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어디까지나 차환 목적이기 때문에 신사업 등과 직접적으로 결부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며 “IMA도 아직 세부적인 시행세칙이 나오지 않아 준비 단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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