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경제동향 발표

▲부산항 감만·신감만 부두에서 진행되고 있는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 경제에 대해 대외 여건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경기 둔화를 암시하는 지표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건설업 부진과 미국 관세 인상에 따른 수출 둔화가 지속되면서 대내외 경제 심리가 모두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KDI가 발표한 5월 경제동향에 따르면 통상 여건 악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로 향후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건설 부진이 내수 회복을 제약하는 가운데 통상 여건마저 악화하면서 수출도 둔화하는 흐름이라는 게 KDI의 진단이다.
KDI는 그동안 경기 진단에서 '경기 하방 위험' 또는 '경기 하방압력 확대' 등 표현을 써왔지만, 이번에는 기존보다 톤을 높여 '경기 둔화'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장기간 이어진 경기 하방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실제로 경기 둔화 국면 초입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3월 전산업생산은 작년보다 1.3% 증가했지만, 건설업 생산이 14.7% 급감하고 서비스업도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전체 생산 증가율은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4월 수출은 전년보다 3.7% 증가했으나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은 0.6% 감소했다.
특히 미국 관세 인상 여파가 본격 반영되며 대(對)미국 수출은 10.6% 감소했다. 자동차(-20.7%)와 철강(-11.6%) 등 관세 부과 대상 품목에서 낙폭이 두드러졌다.
내수 부진 역시 지속되고 있다.
소비는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로 승용차가 3월에도 10.0% 증가해 소매 판매(1.5%)를 견인했다. 그러나 승용차를 제외하면 소매 판매는 0.5% 증가에 그쳤다.
서비스 소비는 숙박·음식점업(-3.7%) 등을 중심으로 부진한 흐름이 이어졌다. 4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3.8로 전월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기준치(100)를 하회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26.8%) 확대에 힘입어 3월 14.1% 증가했다. 다만 설비투자전망 BSI는 90으로 장기평균(95)을 하회해, 기업들의 투자심리는 여전히 위축된 상태다.
건설기성은 주거용·비주거용 건축과 토목 모두에서 큰 폭으로 감소해 3월에도 -14.7%를 기록했다. 1분기 국민계정상 건설투자 역시 -12.2%로 부진이 심화했다.
3월 취업자 수는 전년보다 19만3000명 증가했지만 정부 일자리 사업과 밀접한 부분(15만5000명)이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제조업(-11만2000명)과 건설업(-18만5000명)은 취업자가 큰 폭으로 감소했으며, 청년층 실업률도 6.3%에서 6.6%로 상승했다.
4월 소비자물가는 전월과 같은 2.1%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제유가 하락에도 환율 상승과 보험료 인상 등 정책 요인이 물가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