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중관세 145%→30%…中, 대미 125%→10%
관세, 희토류, 무역적자 완화 등 과제 산적…최종 합의까지 가시밭길

▲2019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열린 미중 정상회담(사진=AP/연합)
서로에게 100% 이상의 관세 폭탄을 주고받으며 강대강 대치를 이어오던 미국과 중국이 관세율을 90일간 대폭 낮추기로 합의했다. 관세전쟁의 피해로 미중 모두 공멸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지만 양측이 최종 합의에 도달하기엔 미지수인 만큼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중 양국 협상단은 1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서로에 대한 공동성명을 내고 서로에 대한 관세를 90일간 115%포인트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 상품에 매긴 관세는 145%에서 30%로 낮아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상대국에 기본적으로 부과하겠다고 밝혔단 10%의 기본관세에 펜타닐 문제로 부과한 20% 보편관세를 합친 것이다. 미국이 상호관세 이후 중국 상품에 부과한 추가 관세는 취소됐다.
중국도 미국에 대한 보복관세율을 미국과 같은 폭으로 115%포인트 내려 기존 125%에서 10%로 조정했다. 미중은 이번 합의 결과를 오는 14일부터 90일간 적용하고 후속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스콧 베선트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높은 관세로 인한 결과는 양국 간의 금수조치에 해당하는 것이었다"며 “어느 쪽도 그런 결과는 원하지 않으며 우리는 균형 잡힌 무역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 대표단은 어느 쪽도 디커플링(공급망 완전 분리)은 원하지 않는다는데 공감대를 이뤘다"며 양국 모두 균형 잡힌 무역을 달성하려고 최선을 다한다고 덧붙였다.
중국도 이번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미국의 관세 대상이 된 다른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담화문을 통해 “미국이 이번 회담을 기초로 중국과 계속 마주 보고 일방적 관세 인상이라는 잘못된 처사를 철저히 고치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이번 관세 인하는 당초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파격적인 수준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중국에 대한 관세율은 80% 수준이 적절하다"고 했고, 블룸버그통신도 미국이 대중 관세율을 60% 이하로 낮추는 방안이 검토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핀포인트 자산운용의 장지웨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관세율이 50% 수준으로 인하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이번 결과는 예상보다 좋게 나왔다"며 “이것은 양국 경제와 세계 경제에 매우 긍정적인 소식이며, 투자자들이 단기적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피해에 대해 훨씬 덜 걱정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렇듯 미중의 이번 합의로 세계 최대 경제 대국간 갈등이 대폭 완화됐지만 관세 인하는 '일시 교전중지' 성격인 데다 양측간 입장차가 여전히 큰 만큼 최종 무역 합의에 이를지는 미지수다. 양국 간 최종 관세는 후속 협상을 통해 정해지게 되는 만큼 추가 협상의 향방 또한 불확실하다.
특히 대중 관세와 관련해 베선트 장관은 회견에서 “펜타닐 문제로 부과된 관세 일부가 완화될 수 있으며 중국에 대한 관세율이 10% 미만으로 내려가는 것은 타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번 합의에 따른 관세 인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교역국에 부과한 철강 및 알루미늄,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에 적용되지 않고, 트럼프 1기때 부과된 대중 관세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베선트 장관은 덧붙였다.
아울러 이번 합의에서 미국이 중국의 양보를 받아내지 못한 채 관세율을 낮춘 만큼 향후 협상에서 다시 강경 기조로 선회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적자를 바로잡겠다는 이유로 관세전쟁을 시작했지만 이번 협상에서 무역적자 완화를 위한 중국의 약속이 없었다.
또한 중국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국가들을 상대로 부과한 희토류 제재 등이 이번 합의의 대상인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4일 사마륨·가돌리늄 등 희토류 7종에 대한 대미 수출 통제 조치를 내놨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는 중국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미중 무역전쟁 휴전으로 중국의 대미 희토류 수출 허가가 수월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제한이 완전히 해제될 가능성은 낮다고 이날 전했다.
ING 그룹의 린 송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특별한 양보 없이 관세율이 대폭 낮아졌다는 점에서 중국에게 승리로 여겨질 가능성이 높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트럼프 1기 무역전쟁 때 사례를 비춰봐도 협상의 앞길은 험난할 가능성이 크다.
2018년 7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첫 '관세 폭탄'을 매기며 본격적으로 시작된 무역전쟁은 18개월 후인 2020년 1월 양국이 1단계 무역 합의에 서명하고서야 일단락됐다. 이 과정에서 미중은 대화에 나섰다가도 관세 인상과 제재 등 보복 조치를 주고받는 등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결국엔 중국은 1단계 무역 합의 내용대로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지 않았고,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팬데믹 기간 불어나 현재 무역전쟁으로 이어졌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주말에 아마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