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노동’은 그만, 건설엔지니어링 역량 키워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5.18 12:52

체코 원전 사업 중단으로 해외 수주 목표 달성 위기

中 저가 공세·韓 건설엔지니어링 역량 축소도 문제

“현장 기술력 강화·입낙찰 방식 등 변경 필수적”

한국 건설엔지니어링

▲사우디 파드힐리 가스 플랜트 공단 전경. 사진=GS건설

체코 원전 사업 중단 등 악재로 인해 올해 해외 수주 500억달러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따라 고부가가치 산업인 건설엔지니어링 역량 강화 등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미분양 확대와 건설 원가 상승으로 다수 건설사들이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으며, 채무 상환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건설사들은 내수 성장 한계에 직면하며 활로를 찾기 위해 해외 건설 수주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누적 해외 수주액은 105억4000만 달러로, 최근 5년 평균치(105억7000만 달러)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수주액(132억1000만달러)보다는 크게 줄었다. 특히 수주 비중이 가장 큰 핵심 지역인 중동 수주 실적은 지난해 98억353만 달러에서 올해 55억9285만 달러로 약 43% 감소했다.



문제는 고난도 해외 프로젝트를 소화할 수 있는 현장 인력의 기술력과 실무 경험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초고층 건물이나 특수 토목 분야에서는 세계적 수준의 성과를 거둔 사례도 있으나, 일반적인 토목 및 건축 공사 부문에서는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구체적으로, 한국은 시공 분야 해외 매출 기준으로는 세계 5위권에 드나 고부가가치 분야인 건설엔지니어링 해외 매출은 10위권에 그친다. 미국의 15분의1, 영국의 5분의1, 일본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엔지니어링 전문가들에 따르면, 2022년 국가별 건설엔지니어링 해외 매출은 미국 245억 달러, 영국 77억 달러, 캐나다 70억 달러, 일본 43억 달러, 프랑스 41억 달러 등이지만 한국은 16억 달러에 머물렀다.




이희석 한국건설기술인협회 전 회장은 “종합건설사들도 건축·토목 분야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며, 일부 플랜트 현장만이 수익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가 거센데, 이에 대응하려면 국내 기술자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실질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1분기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사우디아라비아 파드힐리 가스 플랜트를 수주하며 총 77억 달러(약 10조9825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고, 두산에너빌리티도 사우디 루마 및 나이리야 화력발전소 2건(총 15억4000만 달러)을 수주했다. 하지만 이들 수주는 주로 일부 대형 플랜트 분야에 집중돼 전반적인 해외 진출 기반은 여전히 미약하다는 평가다.


건설업계는 건설엔지니어링 역량 부진의 근본적인 문제로 교육 시스템의 한계를 꼽고 있다. 건축학과와 건축공학과로 교육 시스템을 분리해 설계와 시공 교육을 각각 진행하고 있으며, 분절된 교육을 받은 인재들이 현장에 투입되면서 실무 역량 부족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건설엔지니어의 평균 임금이 주요 10대 산업군보다 낮은 수준이어서 우수 인재 유입도 어려운 상황이다.


제도적 문제도 해외 진출을 가로막고 있다. 대한토목학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엔지니어링의 입·낙찰 방식, 입찰자 평가 기준, 심의위원 구성, 건설대가 기준 등은 글로벌 기준정합성이 떨어져 국내 경험을 해외 시장에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수주 확대를 위해 건설엔지니어링 프로젝트 수행 능력을 강화하는 게 필수적"이라며 “해외 건설 트렌드에 맞춰 친환경, 사회적 책임, 문화적 요소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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