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도 진로소주 즐긴다…‘K-소주’ 동남아 수출 선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5.27 08:31

■ 하이트진로 新백년대계 (상)
시장 안착 계기 ‘한국소주 대중화’ 글로벌 전략 제시
한류 활용 현지 문화와 감성 입혀 브랜드 인지 확대
교민 아닌 현지인 소비층 전환·일반소주 인기 주효
가정채널 공략·K푸드 협업…“올해 두자릿수 성장”

필리핀 현지 3대 소매채널 중 한 곳인 '퓨어골드'에서 판매 중인 하이트진로 참이슬 패키지 상품 및 진로 수출용 제품. 사진=조하니 기자

▲필리핀 현지 3대 소매채널 중 한 곳인 '퓨어골드'에서 판매 중인 하이트진로 참이슬 패키지 상품 및 진로 수출용 제품. 사진=조하니 기자

한국인이 즐겨 찾는 국민주 '소주'가 세계인의 술로 도약하기 위해 가속 페달을 밟는다. 소주 명가로서 지난 100년의 역사를 기반으로 올해 새로운 백년대계의 출발을 알린 하이트진로가 방향키를 잡았다. 2016년 선언한 슬로건 '소주의 세계화'를 넘어 하이트진로가 그리는 또 다른 청사진은 지난해 천명한 '진로의 대중화'다. 난공불락의 해외 시장 진입장벽을 허물고, 교민뿐 아니라 현지인에게도 먹히는 주류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핵심 공략 국가인 필리핀 중심으로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하이트진로의 해외 현지화 전략을 3회차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하이트진로가 한류 열풍의 닻을 달고 해외에서 순항하고 있는 필리핀 시장을 기반으로 'K-소주 대중화' 바람을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휘몰아친다는 비전을 공개했다.




필리핀에서 △K-콘텐츠 기반의 브랜드 마케팅 △현지 소비자 입맛을 반영한 제품 포트폴리오 △철저한 유통 전략 등을 3박자로 활용해 한국 대표 소주 브랜드 '진로'의 존재감을 확장한다는 포부이다.


지난 21일 필리핀 마닐라 어드미럴 호텔 엠갤러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는 “단순 제품 수출을 넘어 현지화 브랜드로 문화와 감성을 전하는 동반자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특히, 필리핀은 진로의 대중화가 가장 모범적으로 이뤄지는 시장"이라고 소개했다.



앞서 하이트진로는 오는 2030년까지 소주 해외 매출 5000억 원을 달성한다고 예고한 상태다. 2023년 기준 하이트진로의 글로벌 매출은 1891억원으로 목표치까지 2.6배를 끌어올려야 하는 만큼 해외사업 확장에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하이트진로가 해외사업의 본보기로 필리핀을 꼽는 이유는 다른 진출국과 비교해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는 자체 판단에서다. 기존 교민 중심에서 현지인 위주로 소비층 전환은 물론, 과일소주가 아닌 일반 소주 판매량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2013년 8만 8000명 수준이던 필리핀 내 재외동포 수는 10년 새 3만 4000명으로 감소세했음에도 같은 기간 필리핀으로 하이트진로 소주 수출량은 오히려 약 3.5배 늘었다. 최근 3년 간 소주 매출 성장률도 연평균 41.7%에 이른다. 과일소주가 주류인 다른 국가들과 달리 필리핀에서는 지난해 기준 일반소주 판매 비중이 68% 차지하고 있다.


국동균 하이트진로 필리핀 법인장은 “초기 성장 기반이던 관광객 수나 한국 동포수가 줄어들었으나, 현재 외부 추가 동력 없이 신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성장 속도는 다소 둔화됐지만 빠른 시간 내 다시 고성장 단계로 진입하는 것이 새로운 과제"라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가 내부적으로 수립한 올해 필리핀 소주 매출 성장률 목표치는 두 자릿수다.


필리핀 주류 시장은 크게 맥주 시장과 브랜디·럼·진 등 스피릿(증류주) 시장으로 나뉘는데, 소주가 포함된 스피릿 시장의 경우 기존 업체 3곳의 입김이 센 탓에 후발주자 입장에서 공략이 쉽지만은 않다. 아직 맥주 수출을 고려하지 않은 것도 한 회사가 현지 시장 점유율을 약 90% 이상 독점하는 점과 무관치 않다.


지난 21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어드미럴 호텔 앰갤러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김인규 대표이사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조하니 기자

▲지난 21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어드미럴 호텔 앰갤러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김인규 대표이사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조하니 기자

이 같은 상황에서 2019년 필리핀 법인을 설립하기 전부터 하이트진로는 단계적으로 유통 전략으로 설정하며, 고객 접점을 넓혀왔다.


한인 시장·로컬 시장으로 유통 구조를 이원화해 현지 거래처 또는 유통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 물량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소주 소비 촉진은 물론 재구매까지 유도하고, 향후 일반 업소를 거쳐 현지 로컬 식당까지 폭넓게 판매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비대면 소비가 불가피했던 코로나19 팬데믹 유행기를 기점으로 현지 음식과 페어링(조합) 콘텐츠·디지털 마케팅·온라인 판매용 번들 등을 앞세워 필리핀 가정 채널을 집중 공략해 왔다.


지난해 기준 필리핀 소주 시장의 가정 채널 비율만 71%로 유흥시장보다 압도적 우위를 보인다. 유흥업체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경우 인근 마트 등에서 구매해 재판매하는 방식이 대다수다.


국 법인장은 “현재 가정 채널 대부분에 입점돼 있다. 기존에는 매대 진열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소비자가 직접 맛보고, 이를 실제 구매까지 연결시키는 단계"라며 “따라서 별개 프로모션으로 샘플링(시식 권유) 등 실질 판매가 이뤄지는 활동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판매 환경도 좋다. 한류 열풍으로 현지 K-푸드 관심이 높아지면서 덩달아 소주도 대중성을 확보하기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필리핀 소비자들의 일상에 흡수되기 위한 현지화 심화 단계 차원에서 각종 오프라인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젊은층 대상의 모임 지원, 한국식 바비큐 체인과의 협업을 통한 푸드 페어링 문화 확산 등이다.


국 법인장은 “필리핀은 K-드라마 등 하이트진로 제품을 접할 수 있는 유입 경로가 굉장히 활성화된 시장"이라며 “소주 자체의 인지도가 올라가면 진로도 동반 성장하는 구조다. 따라서 당장에 브랜드 차별화보다 현지 소주 시장 규모를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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