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건설투자 3.1% 감소…GDP 성장률도 0.2%p 끌어내려
건설업 체감경기 두 달 연속 하락 중소 건설사 위축 심화
“SOC·공급 확대 정책도 실효 미지수…실질 반등은 내년 이후 가능성”

▲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
고금리와 자금난, 악성 미분양까지 겹치며 국내 건설업계가 깊은 침체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1분기 건설투자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며 전체 경기의 발목을 잡았고, 5월 건설업 체감 경기지수도 두 달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건설경기의 실질적인 회복은 내년이 넘어야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건설 투자는 감소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5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치'를 살펴보면 건설투자는 전분기 대비 3.1% 줄었다. 이는 전체 GDP 성장률(0.3%)을 0.2%포인트 끌어내린 수준이다. 특히 민간 투자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업계의 체감경기 역시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집계한 지난 5월 건설경기실사지수(CBSI)는 74.3으로, 전월(74.8)보다 소폭 하락했다. 기준선(100)과는 여전히 큰 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중견·중소 건설사의 CBSI는 각각 63.0, 60.4로 극심한 위축 수준에 머물렀다. 경기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서 체감 지표도 점차 바닥으로 향하고 있다.
하반기 전망도 어둡다.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확대와 공공주택 공급 활성화 등을 추진 중이지만, 재정 재약과 사업 집행 속도를 고려하면 실질적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미분양 누적, 고금리 부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등 민간 부문을 억누르는 구조적 요인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대선 전후로 대부분의 사업이 멈춰섰고, 하반기에도 일단 정책을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공급 확대나 정비사업 규제 완화 같은 방향성은 제시되고 있지만, 실제 정책이 구체화되려면 최소 한두 달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막연하긴 하지만 불확실성이 조금씩 해소되고 있다는 기대감은 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공사 확대나 수주 회복을 낙관적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정부의 구체적인 인허가 정책이 나와야 업계도 대응할 수 있는데 아직은 윤곽이 잡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자체가 과도한 규제로 막혀 있다 보니 거래가 정체되고, 그 여파로 분양시장까지 위축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업계에선 정비 사업을 중심으로 한 사업기회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인허가 속도나 택지 공급의 한계, 경쟁 과열 등의 현실적 제약은 여전히 뚜렷하다. “택지 자체가 거의 없고, 건설사들끼리 소수 부지에 경쟁이 몰리는 구조"라며 “결국 인허가를 빠르게 풀고 시장을 원활하게 순환시켜야 공급 확대도 가능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중소·중견 건설사들의 생존 전략도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일감 부족과 고정비 부담이 맞물리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졌고, 일부업체는 사업 구조 개편에 나서고 있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광운대 부동산 법무학과 교수)은 “중소 건설사는 수익성 있는 분야로 특화 전환하고, 본인만이 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며 “이제는 단순 시공 경쟁으로는 생존이 어렵다"고 조언했다.
서 교수는 “우리나라는 건설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건설경기 침체가 전체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하반기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 정치적·경제적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회복 시점은 상당히 지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에서는 실질적인 반등 시점을 내년 이후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하반기 건설경기의 주요 변수로는 기준금리 인하 시점, 도시정비사업 인허가 현실화 여부, 공공 발주 확대 등이 꼽힌다. 그러나 이들 요인이 단기간 내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수주보다 생존이 우선인 시기"라며 “현장의 체감은 더 암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