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감 vs 착공 전엔 가능”…HDC현산 학동4구역 공사비 논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7.08 14:49

2021년 6월 철거 도중 붕괴 사고 후 제시했던 공사비 2년 만에 ‘인상’ 요구해

조합 일부 조합원 “약속 번복” 반발 vs 집행부 “현실적 선택” 공존…총회서 최종 결정

정비업계 “약속 이행 여부가 향후 시장 신뢰 시험대될 것”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 현장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 현장. 사진=연합뉴스

2021년 6월 철거 도중 붕괴 사고로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사업이 최근 또 다시 이슈의 한복판에 섰다.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가 물가 인상 등을 근거로 공사비를 올리겠다고 나서자 일부 조합원들이 배신감을 토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조합은 오는 13일 총회를 열고 HDC현산이 제안한 3.3㎡ 619만8000원 수준으로 공사비를 올리는 안을 표결에 부친다.


문제는 HDC현산이 “말을 바꿨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HDC현산은 학동4구역 재개발을 위해 2021년 6월 철거 공사를 하던 중 5층 건물이 무너져 도로를 지나던 시내버스를 덮치면서 승객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사건을 초래한 바 있다. 불법 재하도급에 따른 부실 시공과 안전 관리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HDC현산 소속 현장소장 등 일부 관계자들이 항소심에서 실형과 금고형을 선고받고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HDC현산 법인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받았다.



이 사건은 당시 다수의 사망자 발생과 어이없는 부실 시공·안전관리의 현실을 드러내 큰 물의를 일으켰다. HDC현산은 피해자 및 조합원들에게 보상 차원에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면서 사고 수습 및 '이미지 개선'에 나섰었다. 2022년 6월 조합원 대상 공청회에서 공사비 508만5000원 확정, 해외산 마감재·가전 제공, 입주지원금 지급 등 14가지 약속을 제시했다. 이를 근거로 '공사비 인상 불가' 조항이 포함된 도급변경계약서도 체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해 6월 HDC현산이 조합에 물가·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공사비 인상 등 조건 변경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사고 현장을 포함한 모든 철거 작업이 완료됐지만 공사비를 둘러 싼 이견 때문에 아직 착공도 되지 않은 상태다. HDC현산은 같은 해 9월 3.3㎡ 689만원을 요구하다가 이후 619만8000원을 최종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고급 마감재는 국산으로 바뀌었고, 가전 제품 무료 제공도 삭제되는 등 일부 조건이 후퇴됐다.




HDC현산 관계자는 “14가지 조건은 조합과 협의해 마련된 내용이고, 현재 제안도 단독 결정이 아니라 조정의 결과"라며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존 공사비로는 더는 정상적인 공사가 어렵다"고 밝혔다.


조합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 조합원은 “약속을 뒤집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반발하는 반면 “현실을 감안해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조병찬 조합 총무이사는 “조합 내 찬반 의견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며 “조합으로서는 조합원 판단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현산이 '공사비 인상 불가' 계약을 위반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고 이후 책임을 약속한 시공사가 결국 시장 논리로 되돌아간 구조는 국민 눈높이에선 납득하기 어렵다"며 “진정한 신뢰 회복은 선언이 아니라 실제 이행으로 증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조합 내에서 사실과 다르다는 반론도 나왔다. 조 이사는 “착공 이후 인상 불가를 뜻하는 것이며, 착공 전까지는 물가 인상률을 반영하기로 돼 있었다"며 “일부 단체가 해당 문구를 잘못 해석해 허위 사실을 퍼뜨렸고, 언론 정정보도도 요청해 받아들여졌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620만원이 적정한 공사비인지는 단정하기 어렵다"며 “부결되면 새 시공사를 구할 수 있는지도 현실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예온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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