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타결] 재계 한숨 돌렸지만…‘트럼프 돌발변수’에 촉각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7.31 16:11

상호관세 15% 합의···車 품목별 관세도 낮춰 日·EU와 경쟁 가능

업종마다 표정관리…이차전지 긍정, 반도체·철강 추가동향 주시

반도체·의약품 ‘최혜국 대우’ 눈길, 대미투자 기업행보에도 주목

“2주내 발표” 美추가요구 긴장…정상회담이 ‘마지막 관문’ 예상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이 타결된 31일 경기도 평택항에 세워져 있는 수출용 자동차 뒤로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이 타결된 31일 경기도 평택항에 세워져 있는 수출용 자동차 뒤로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한국과 미국이 상호관세 협상 마감시한 직전 접점을 찾은 것 관련 재계는 일단 한숨을 돌렸다는 입장이다.




상호관세는 물론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도 일본, 유럽연합(EU) 등 경쟁 상대들 대비 불리하지 않은 만큼 향후 경영 계획 수립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른나라와 협상 타결 이후 말을 바꾼 전례가 있는 만큼 불확실성은 아직 남았다.


31일 대통령실과 트럼프 대통령 엑스(X·옛 트위터) 게시글 등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산 수입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종전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 품목별 별도 관세가 붙었던 자동차 역시 관세가 15%로 통일된다.



반도체·의약품 등 아직 품목 관세가 발표되지 않은 분야는 한국이 '최혜국 대우'를 인정받기로 했다. 우리나라가 미국에 3500억달러(약 487조원)를 투자하고 액화천연가스(LNG) 등을 1000억달러(약 139조원) 구매하는 조건이다.


한국-미국 상호관세 협상 타결 주요 내용

▲한국-미국 상호관세 협상 타결 주요 내용

재계는 일단 안도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6단체는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이번 합의는 수출환경 불확실성 해소는 물론 우리 기업들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주요국과 같거나 더 좋은 조건에서 경쟁하는 여건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경데6단체는 “(새로 마련되는) 펀드는 우리 기업들이 전략산업 분야에서 미국 및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는데 있어 중요한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며 “우리가 강점을 가진 제조 경쟁력과 미국의 혁신역량, 시장을 결합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수출 시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주요 기업들도 한숨 돌린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이날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한미 관세협상 관련 “협상 타결로 불확실성이 감소됐다고 생각한다"며 “세부 사항에 대한 양국 추가 논의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이에 맞춰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역시 공식 입장을 통해 “대미 관세 문제 해결을 위해 온 힘을 다해주신 정부 각 부처와 국회의 헌신적 노력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 방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품질 및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기술 혁신 등을 통해 내실을 더욱 다져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업종별 표정은 미세하게 갈리는 분위기다. 반도체 업계는 추후 품목별 관세 부과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혜국 대우'가 반길 일이긴 하지만 경쟁 상대가 사실상 대만과 미국 기업들 뿐이라 판도 변화가 생길지는 미지수다.


북미를 핵심 거점으로 두고 있는 이차전지 업계는 이번 협상 결과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자동차 관세가 일본, 유럽연합(EU) 등 경쟁국가와 동등한 15%로 감소된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미 50%의 품목 관세를 받는 철강업계는 상호 관세 협상 타결과 별개로 추가적인 협상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미국을 공략하고 있는 기업들의 대미 투자에 속도가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산 제품이 국내에 무관세로 들어오는 것 관련해서도 재계는 큰 걱정을 하지 않는 모습이다. 자동차·트럭 시장 등을 개방한다지만 원래 관세가 없었던데다 미국에서 만들어지는 제품들의 상품 경쟁력이 국산 대비 뛰어나지는 않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각에서는 여전히 남아있는 '트럼프 리스크'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베트남 등과 무역협상 이후 자신의 X에 합의되지 않은 내용을 발표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보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투자 및 에너지 수입 등 관련 “액수는 향후 2주 내로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이 양자회담을 위해 백악관으로 올 때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상호관세 외 '돌발변수'도 대비해야 한다. 미국이 갑자기 구리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하는 등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 결과도 예측하기 힘들어 대중제재 수위 변화로 우리 기업들이 경영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여헌우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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