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株 ‘굴욕 계약’ 논란 딛고 반등…“美 원전 정책 모멘텀 여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8.22 10:18

두산에너빌 등 원전주, 3거래일 연속 급락 후↑

논란은 재확인에 불과, 밸류에이션 영향 제한적

핵심 공급 범위 유지, 밸류체인 본질 변함없어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조감도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조감도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정부가 미국 웨스팅하우스(WEC)와 불공정 원전 계약을 맺었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큰 폭의 조정을 받았던 원전주가 전일 반등에 성공했다. 이미 지난 1월 알려진 내용의 재확인 성격이 강해 기초체력(펀더멘털) 변화는 제한적이라는 증권가 진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는 오히려 핵심 스코프(공급 범위)가 재확인됐고, 해외 협력 확대로 수주·정비 매출 확대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두산에너빌리티는 전 거래일 대비 7.14% 급등한 6만1500원에 마감했다. 같은 날 한전KPS(7.69%), 한전기술(15.29%), 우진엔텍(4.63%) 등 원전주 전반이 강세였다. 앞서 이들 종목은 18일 이른바 '굴욕 계약' 논란이 알려진 뒤 3거래일 연속 하락을 기록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3거래일간 12% 하락했고, 한전KPS(-8.5%), 한전기술(-11%), 우진엔텍(-11%) 모두 낙폭이 컸다.


연초부터 이어진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원전주는 올해 초반부터 △글로벌 원전 산업 부활 기대 △국내 기업의 해외 수주 성과 △전력 수요 증가와 정책 변화가 맞물리며 강세를 보였다. 미국 등 주요국이 원전 확대 정책을 내놓는 가운데,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50년까지 원전 용량을 4배로 늘리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점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국내에선 한전기술이 체코 두코바니 5·6호기(약 26조원)를 최종 수주하며 관련주의 기대감을 키웠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 충격을 준 핵심 쟁점은 한전·한수원과 WEC 간 협정의 구체 내용이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원전 1기당 1억7500만달러(약 2400억원)의 기술사용료를 지급하고, 1기당 6억5000만달러(약 9000억원) 규모의 기자재(MMIS, NSS 등)를 WEC에서 조달하며, 연료 공급권 보장과 SMR 수출 시 WEC의 기술 검증을 받는 조건이 포함됐다. 협정 유효기간은 50년으로 전해졌다. 이에 투자자들은 '스코프 축소'와 '로열티 부담'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했으나, 증권가는 “상세 내용이 재확인됐을 뿐 새로운 악재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증권가는 이번 논란을 새 이슈가 아닌 지난 1월 내용의 재확인으로 본다. 단기 심리는 흔들렸지만 기본 가정과 밸류에이션은 변함없고, 주기기·시공·프로젝트 관리 등 국내 핵심 공급 범위도 유지된다는 평가다. 아울러 글로벌 원전 르네상스와 파트너십 확장을 감안하면 중장기 물량 증대 여지가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KB증권은 협정 공개로 단기 심리가 흔들렸지만 국내 밸류체인 펀더멘털 변화는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일부 품목이 WEC 공급으로 겹칠 수 있어도 원자로·증기발생기 등 주기기와 시공 역량은 국내 주력사의 스코프가 유지된다는 분석이다. KB증권은 정부 주도의 '팀코리아'를 넘어 해외 기술사와 국내 제작·건설사가 직접 맞손을 잡는 '비욘드 팀코리아' 모델 확산에 주목할 것을 추천했다.


NH투자증권은 이번 보도가 지난 1월 알려진 내용의 재확인에 가깝다며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웨스팅하우스가 2017년 파산 전후 대형 프로젝트에서 비용·지연 리스크를 드러낸 만큼 EPC(설계·조달·시공) 경쟁력에는 의문이 남지만, 미국의 원전 확대 기조와 정책 모멘텀이 존재해 수요 측면의 추세는 유효하다는 평가다. NH투자증권은 2030년까지 한전·한수원 12기, 웨스팅하우스 18기 가정을 유지하고 있으며, 해외 원전 가치는 목표주가 산정에 반영하지 않아 이번 이슈가 밸류에이션을 흔들 요인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대신증권은 이번 보도가 1월에 알려진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평가했다. 다만 i-SMR의 기술 자립이 확인되지 않으면 로열티 부담이 생길 수 있고, 원자력공급국그룹(NSG) 지침·한미 원자력협정·미국 수출통제법(Part 810) 때문에 미국 에너지부(DOE)의 허가나 사전통보 절차를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신증권은 한국 원전 건설 때보다 해외 수출이 수익성이 낮아졌지만, 프로젝트 수주 때마다 미국의 제재 가능성이 낮아져 제3국 수출 확대 및 미국 원전 시장 진출도 가능해진 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주요 원전 민간기업들은 국내외 성공적인 원전 수행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며 “WEC를 비롯한 해외 SMR 설계 기업들과 직접 협력관계를 체결하고 있어 한국형 원전 외의 파이프라인에도 참여할 수 있는 기업들에 이번 협정이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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