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통 큰 투자’, 한·미 경제동맹에 힘 실었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8.26 16:41

방미 정부·경제사절단, 美와 제조업 르네상스 강화 체결

조선·원자력·항공·LNG 분야 총 11건 209조원 대미 투자

“재계 지원 덕분 회담 성공”, “美압력에 선방” 민관 평가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윌라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식에서 김정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윌라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식에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복규 한국산업은행 수석부행장, 프랭크 브루노 서버러스 캐피탈 최고경영자,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왼쪽부터)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미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 강화 계약 및 양해각서 내용

한·미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 강화 계약 및 양해각서 내용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재계가 '제조 파트너십'과 '통큰 투자'를 앞세워 25일(현지시간)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성공 개최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했다. 미국 대기업들과 다양한 형태의 계약·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가 하면 1500억달러(약 208조원) 규모 추가 투자를 발표하며 정부의 경제외교에 힘을 보탰다.




26일 정·재계에 따르면, 삼성·SK·현대차·LG·한화·HD현대 등 주요 대기업들은 이날 한·미 정상회담과는 별도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일제히 참석해 양국간 '경제동맹' 강화를 위한 지원 공세를 펼쳤다. 이 자리에서 양국 기업들은 조선, 원자력, 항공, 액화천연가스(LNG) 등 분야에서 총 11건의 계약·MOU를 체결하며 정치·외교·국방에 못지 않은 경제 협력 유대감을 과시했다.


조선 분야에서 HD현대는 필리핀 수빅 조선소를 보유한 서버러스와 건조, 기술 지원, 인력양성 등 조선업 협력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은 비거 마린 그룹과 손을 잡았고, 미국 해군의 지원함 유지·보수·운영(MRO)과 조선소 현대화 및 선박 공동 건조 등에 힘을 모을 방침이다.



에너지 분야의 경우, 한국수력원자력과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기업 엑스에너지(X-energy), 아마존웹서비스와 소형모듈원자로(SMR) 설계, 건설, 운영, 공급망 구축, 투자 및 시장 확대 협력을 다지는 4자간 MOU를 맺었다.


한국가스공사 역시 현지 에너지기업 트라피구라 등과 오는 2028년부터 약 10년간 미국산 LNG를 중심으로 연 330만톤씩 들여오는 LNG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고려아연도 글로벌 방산기업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 구매 및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항공 분야도 대한항공이 총 70조원 상당의 대미 투자계획을 공개했다. 미국 보잉사의 차세대 고효율 항공기 103대 도입(362억달러)과 GE에어로스페이스의 예비엔진 및 엔진 서비스 구매(136억9000만달러)를 추가로 밝혔다. 이는 대한항공 창립 이래 최대 단일계약으로 지난 3월 발표한 보잉사 항공기 50대 및 GE에어로스페이스 엔진 구매와는 별도의 추가 계약이다.


이날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한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국내 재계를 대표해 “한국 기업들은 1500억달러의 대규모 대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대미투자 선물을 풀어놓았다.


류 회장은 “미국과 글로벌 시장을 함께 견인해 제조업 르네상스의 새 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것"이라고며 “이러한 투자 계획과 오늘 양국 기업들이 논의할 협력 강화는 원대한 한미 산업 협력 구상을 실행하는 로드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포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포옹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윌러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루벤스타인 칼라일그룹 회장(왼쪽 다섯 번째), 류진 한경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윌러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루벤스타인 칼라일그룹 회장(왼쪽 다섯 번째), 류진 한경협 회장(오른쪽 네 번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 세 번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 두 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 경제사절단 행보에서 재계 총수들의 '인맥 외교'도 돋보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등은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행사에 참석해 현지 정재계 인사들과 적극 소통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도 함께했다.


이재용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뜨겁게 포옹하며 서로 반가워하기도 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도 황 CEO와 대화를 나눴다.


정부는 재계 '지원사격'에 힘입어 한·미 정상회담이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개최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정상회담 후 브리핑을 통해 “양국 정상이 공감대를 확인하고 이의 없이 끝났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감히 성공적인 정상회담이었다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계 역시 회담 직전까지 '돌발 상황' 발생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남이 무난히 마무리됐다는 점을 고무적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관세 합의 후속 협상, 한미동맹 현대화 등 주요 쟁점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닌 만큼 앞으로도 일정 수준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도 별다른 잡음 없이 회담이 끝났다는 점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내고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우리 측이 미국에 무엇을 얻어내는 것보다 방어에 초점을 맞춤 회담이었음을 고려하면 방어에 일정 부분 성공한 회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언제든지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청구서가 날아올 수 있다"면서도 “우려보다 무난히 정상회담이 종결됐다는 점에서 한미 간 통상·안보 이슈 등이 당장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헌우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