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계기로 원전 4건 MOU 체결
한수원·두산에너빌, 엑스에너지·페르미 등과 SMR 협력
한수원, 우라늄농축 공급사 센트러스와 설비 공동 투자
“기술 원조 받은 한국, 이제는 공동 파트너로 올라선 것”

▲한국수력원자력은 2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삼성물산, 페르미 아메리카와 첨단 에너지 복합센터 건설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토비 노이게바우어 페르미 아메리카 CEO,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왼쪽부터).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 이후 한국이 미국 원자력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에 원전 분야에서 총 4건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한국수력원자력과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엑스에너지(X-energy), 아마존웹서비스와 소형모듈원자로(SMR)의 설계·건설·운영·공급망 구축·투자 및 시장확대 협력에 관한 4자간 MOU를 체결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미국 민간 에너지 개발사업자인 페르미 아메리카(Fermi)는 미국 텍사스 주에 추진중인 'AI 캠퍼스 프로젝트'에 공급할 대형 원전과 SMR 기자재 관련 포괄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MOU를 체결했다.
한수원과 삼성물산는 페르미 아메리카와 'AI 캠퍼스 프로젝트'의 건설 등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한 협력 MOU를 체결했다.
한수원과 미국 우라늄 농축 공급사인 센트러스(Centrus)는 한수원이 센트러스의 우라늄 농축설비 구축 투자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내용의 MOU를 체결했다.
4건의 MOU는 단순 협력 선언을 넘어 구체적 사업 참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번 성과가 주목받는 이유는 한국 원전산업의 역사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과거 미국으로부터 원자력 기술을 원조받으며 원전 생태계를 구축해 왔다. 이번 회담을 통해서는 역으로 한국이 미국 시장에 진출해 원전 건설·기자재 제작·공급망 협력에 참여하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원전 기술 수혜국에서 글로벌 공급국으로 위상이 전환된 역사적 장면"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로써 한국은 단순 기자재 공급을 넘어 미국 내 신규 원전 프로젝트와 차세대 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직접 참여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업계는 이를 두고 “한국이 사실상 미국 원자력 시장의 공동 파트너로 올라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한수원이 미국 센트러스와 농축우라늄 지분 투자에 합의하면서, 연료주기에 대한 협력의 폭도 확대됐다. 이는 향후 미국 내 원전 운영을 위한 안정적 연료 공급망 확보와 직결돼 한국의 전략적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회담을 통해 조선·항공·LNG 등 다른 산업과의 연계도 강화됐다. 특히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를 결합한 협력 구조는 한국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단순한 공급자를 넘어 '에너지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의미를 지닌다.
전문가들은 이번 성과가 단순한 계약 체결을 넘어 한국이 미국 에너지 안보 구상과 원전 르네상스 흐름 속에 동반자로 편입된 결과라고 평가한다. 다만 웨스팅하우스와의 기존 계약 논란, 국내 여론의 불신 등이 향후 협상에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상회담은 한국 원전 산업이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분수령"이라며 “실질적 투자와 시공 성과로 이어진다면 향후 글로벌 원전 공급망에서 한국의 위상은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