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폴란드 지점 등 선진 시장 확대
우리은행, 美 오스틴지역 지점 개시
은행권 판로 확대로 수익 다각화 가능성
국가별 전략 달리하고 익스포저 관리해야

▲KB국민은행 인도네시아 자회사 KB뱅크.
저성장·저금리 기조에 직면한 은행권이 수익성을 위한 판로 중 하나로 해외지점에 눈을 돌리고 있다.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성과가 나타나고 있어 수익모델 다각화를 목적으로 한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수익 다각화 가능성 봤나…해외 거점 확대에 '매진'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23일(현지시각) 폴란드 남부 최대 공업도시 브로츠와프에 지점을 개설했다. 지난달부터 미국 서부 LA 지점을 추가로 개설하고 북미 시장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영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헝가리, 체코 등 기존 거점과 함께 유럽 주요 전역에 걸친 영업망을 갖췄다는 평가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5일(현지시각)부터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지역에 한인은행 최초의 지점을 개설하고 영업에 들어갔다. 지난 4월엔 폴란드에 지점을 신규 개설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7월 베트남 호찌민 칼메트 지역에 지점을 개설해 현지 영업망을 강화하는 한편 같은 달 런던지점의 이전 및 영업 강화에 나섰다.
NH농협은행은 뉴욕에 이어 홍콩에 IB데스크를 설치하고, 7월부터 유럽 첫 거점인 런던지점을 개시해 해외 영업망 강화에 나선 바 있다. 중동, 아프리카 지역까지 기업금융을 확대하고 한국계뿐 아니라 현지 기업까지 영업 대상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0월 인도에 첸나이·푸네 지점을 개소했다.
은행의 해외점포는 하반기들어 지속적으로 확장 중이다. 지난 2024년 말 해외점포 숫자는 총 206개로 파악된다. 지점 92개, 현지법인 60개, 사무소 54개였다.
은행권이 최근들어 해외 거점 확대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판로 확대를 통해 수익 다각화의 가능성을 봤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의 상반기 해외법인 순이익은 46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8% 증가했다. 특히 올 들어 은행의 해외지점 수익성이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1분기에만 4대 은행의 해외법인이 거둬들인 순이익은 2626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354억 원(15.6%) 증가한 수준으로 확연한 반등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글로벌 무대에서 가장 크게 활약 중인 곳은 신한은행이다. 올해 상반기 해외법인에서 3152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면서 전년 동기 대비 6.4% 증가한 실적을 나타냈다. 중국·미국·일본 등 3개 국가 법인이 실적을 견인했다. 국민은행 해외법인의 경우 지난해 1분기 34억원 적자였지만 올해 1분기 286억원으로 흑자전환하고 상반기 전체로는 727억원을 벌었다.
연내 해외 지점을 신설하는 등 은행권이 글로벌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본격적인 성장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해외점포 순이익이 은행 전체 순이익의 10% 내외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올해 투입한 투자의 결실이 차츰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다.
현지화 전략 중요해진 은행권…리스크 관리 역량도 키워야
은행권은 기업 영업 진출에 맞춰 현지 영업과의 시너지를 강화하는 등 현지화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은행은 해외 지점을 늘리는 동시에 현지 기업과 국내 기업의 해외 영업을 지원하는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수익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올해 미국, 멕시코 등 공급망 재편 수혜 지역에서 영업력을 키우고 상업·투자은행(CIB)기능으로 성과 창출을 꾀했다.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에서는 디지털 기반 리테일 업무 참여를 확대하고 지분투자 방식으로 차별적 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폴란드 시장의 경우 2차전지 기업들의 진출과 우크라이나 전후 사업들로 주목받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미국과 폴란드에 추가로 지점을 개설한 것을 발판삼아 해외로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을 유치하는 사업을 계획 중이다. 하나은행도 두 지역에 지점 추가 개설을 통해 기업과 현지 영업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해외 영업과 투자, 대출 규모가 늘어날수록 리스크 노출도 커질 수 있어 관리 역량 강화도 필요하다. 일부 국가에선 수익성을 목적으로 부동산 투자까지 늘리고 있다. 부동산 투자는 수익성이 좋은 대신 글로벌 금융 상황에 따른 위험도도 높아 회수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농협은행의 경우 상반기 국내를 제외한 국외 익스포저가 2조4945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67억원) 대비 24%(4878억원) 확대됐다. 특히 북미 지역에는 부동산PF 등 위험도가 높아 위험가중치가 더 높게 책정되는 자산이 다수 포진돼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금융사가 해외 단일 부동산 사업장에 투자한 규모는 34조1000억원이다. 이 중 7.59%인 2조5900억원에서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