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수단서 생활공간으로…현대차 SDV 전환, 기회와 과제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9.29 16:22

SDV 전환 가속…車, ‘업데이트되는 공간’으로

스마트홈과 연결된 ‘홈투카’…일상 속 플랫폼화

개인정보·표준 경쟁 등 넘어야 할 과제도

송창현 포티투닷 대표가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열린 'CES 2024'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SDV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송창현 포티투닷 대표가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열린 'CES 2024'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SDV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여헌우 기자.

현대차그룹이 자동차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단순히 이동수단에 머무르지 않고, 집과 연결되며 소프트웨어로 진화하고, 나아가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공간이자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전략이다.




다만 기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가 일상생활과 밀접해질수록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에 대한 리스크가 커진다. 동시에 글로벌 완성차와 IT기업들이 잇따라 SDV 전환에 뛰어들면서 플랫폼 주도권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며 최근 현대차·기아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싱스(SmartThings)'와 연동한 '홈투카(Home-to-Car)'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로써 현대차·기아·제네시스 고객은 스마트폰은 물론 다양한 가전 기기를 통해 차량 상태를 확인하고 문 잠금, 시동, 공조, 충전 제어 등 주요 기능을 원격으로 실행할 수 있게 됐다.


이 서비스는 SDV(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전략의 가시화된 성과로 평가된다. 예를 들어 출근길 현관 도어락을 열면 집안 조명이 꺼지고 로봇청소기가 작동하는 동시에 차량 시동과 공조가 자동으로 켜져 쾌적한 주행 환경이 준비된다. 자동차가 더 이상 생활과 분리된 외부 기기가 아니라 일상의 연장선으로 편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대차는 향후 카투홈(Car-to-Home), AI 기반 루틴 자동화, 음성 인식 제어 기능까지 확장해 자동차와 생활 공간의 경계를 사실상 허문다는 구상이다.


SDV 전환, 자동차를 '업데이트되는 공간'으로

현대차그룹의 진짜 목표는 SDV 전환이다. SDV란 차량의 핵심 기능 대부분이 소프트웨어로 구현·제어되는 차를 뜻한다. 주행 성능,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등 모든 기능이 전자제어장치(ECU)와 차량용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작동하며, 무선 업데이트(OTA)를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된다.


스마트폰이 앱 업데이트나 OS 패치를 통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듯, SDV는 차량 구매 후에도 성능 향상과 맞춤형 기능 추가가 가능하다. 이는 자동차를 고정된 기계에서 '업데이트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변화다.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SDV 시장 규모는 2024년 2135억 달러에서 2030년 1조2376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테슬라,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이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을 SDV 전환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으로 꼽는다.


이를 뒷받침하듯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20일 판교 소프트웨어드림센터에서 'Pleos SDV 스탠다드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차량용 OS, 외부 디바이스 표준화 구조, 협력사와의 통합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체계 등을 공개하며 본격적인 SDV 양산 준비에 나섰다.


계열사 현대모비스도 이 흐름을 강화한다. 지난달 열린 '2025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현대모비스는 SDV 솔루션을 공개했다.


현대모비스는 이미 확보한 전기/전자 제어 솔루션(E/E Architecture) 역량을 발전시켜 다양한 고객사와 차종에 적용할 수 있는 표준화된 플랫폼 개발을 진행 중이다.


또 SDV 대응을 위한 통합 플랫폼 개발과 차량 실증 등 구체적인 개발 과정을 거쳐 2028년 이후 글로벌 고객 대상 본격적인 사업화에 나설 방침이다.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은 “신기술 경쟁력과 고도의 실행력, 속도 삼박자를 갖춰 모빌리티 기술 선도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보안·플랫폼 표준화는 '숙제'

자동차가 생활 속으로 들어올수록 새로운 기회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무엇보다 데이터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가 핵심이다. 차량과 집, 각종 IoT 기기가 연결되면서 개인의 생활 패턴과 이동 데이터가 하나의 네트워크에 모인다. 이는 초개인화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이지만, 동시에 해킹·유출 위험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데이터 주권(Data Sovereignty)'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는 만큼, 국내 완성차 기업도 국제 표준을 충족하는 보안 체계를 확보해야 한다.


또 다른 과제는 플랫폼 표준 경쟁이다. 현대차가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를 중심으로 홈투카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글로벌 시장에는 애플 홈킷, 아마존 알렉사 등 다양한 플랫폼이 존재한다. 장기적으로는 특정 기업 중심을 넘어 다양한 플랫폼과 호환되는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산업 생태계 전환도 중요한 과제다. 완성차가 소프트웨어 중심 구조로 재편되면서 중소 부품사들의 적응력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일부 업체는 신기술 대응 역량 부족으로 도태될 위험이 있지만, 동시에 소프트웨어·보안·AI 스타트업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비즈니스 모델 전환이 필요하다. SDV는 차량 출고 후에도 지속적인 업데이트·서비스 판매가 가능해, 완성차 기업에는 구독·앱스토어·데이터 기반 서비스 등 새로운 수익 모델이 열릴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에게는 “차량 가격 외에 추가 비용을 계속 지불해야 한다"는 불만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서비스 품질과 가격 책정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송창현 현대차·기아 AVP본부장은 “SDV 구현을 위해서는 핵심 파트너 간 긴밀한 협력과 표준화된 개발 체계 확산이 필수"라며 “지속적인 기술 표준 배포를 통해 SDV 양산 공급망 체계를 갖추고, 소프트웨어 중심의 상호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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