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의 선율처럼”…천년 고도에서 울려 퍼진 협력의 건배
K-컬처와 한식으로 세계 정상단 맞이…‘경주의 밤’ 물들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1일 경북 경주시 라한셀렉트호텔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갈라만찬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31일 공식 환영 만찬으로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는 이날 의장국 자격으로 경주 라한셀렉트호텔 대연회장에서 만찬을 주재하며 각국 정상과 기업인들을 맞이했다. 이 대통령은 환영사에서 신라의 국호와 전설 속 피리 '만파식적(萬波息笛)'을 언급하며 “천년의 세월을 넘어 이곳 경주에서 APEC 회원국들의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만파식적의 선율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신라'라는 이름에는 '나날이 새롭게 사방을 아우른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며 “경주는 전임 의장국들이 쌓은 전통적 유산을 계승하고, 새로운 경제적 도전에 역동적으로 대응하려는 한국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도시"라고 강조했다. 또 “고대 신라에서 만파식적은 세상의 모든 분열과 파란을 잠재우는 평화의 상징이었다"며 “그 화음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평화와 안정, 번영을 가져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경북 경주시 라한셀렉트호텔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갈라만찬에서 건배 제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천년 고도의 정기를 이어받아 APEC의 협력과 성공, 그리고 우리 공동의 미래를 위해 건배하자"며 잔을 들어 올렸다. 건배주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한 '호랑이 유자 생막걸리'가 사용됐다. 이날 만찬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해 21개 회원국 및 초청국 정상, 국제기구 대표, 글로벌 기업인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만찬 후에는 신라의 찬란한 역사와 한국의 미래를 잇는 문화공연이 이어졌다. 배우 차은우가 사회를 맡았고, APEC 홍보대사 지드래곤(G-DRAGON)과 댄서 허니제이·리정이 무대에 올라 K-컬처의 매력을 선보였다. 정상 라운지에는 신라 예술을 상징하는 유물들이 전시돼 경주의 문화유산을 조명했다.
 
  ▲대통령실은 31일 경북 경주 우영미술관에서 열린 김혜경 여사 APEC 정상회의 경제체 대표 배우자 초청 오찬 메뉴를 소개했다. 한식으로 미슐랭 1스타를 획득한 '온지음'이 특별 협업한 요리들이다. 왼쪽부터 만두요리 석류탕, 대구 사슬적과 루꼴라 유자샐러드, 반상차림, 수삼 대추말이튀김ㆍ연근대하냉채ㆍ두부선, 유자주머니ㆍ황남빵ㆍ잣머랭 디저트. [사진=연합뉴스]
메뉴는 한식의 정수를 담아 구성됐다. 미국 '톱 셰프' 출신 에드워드 리 셰프가 경주산 식재료를 활용해 갈비찜, 나물비빔밥, 지역 특산 디저트를 선보였다. 대통령실은 “이번 만찬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화합 정신과 한국의 미식문화를 함께 보여주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날 오전 열린 본회의 개회식에서 이 대통령은 “경제적 불확실성이 심화된 지금, 협력과 연대만이 더 나은 미래로 가는 확실한 해답"이라며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의 가치를 강조했다. 오찬 자리에서는 “대한민국이 더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이라며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정비하고 미래 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1일 경북 경주시 라한셀렉트호텔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갈라만찬에 자리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이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을 비롯해 각국 정상들을 직접 영접하고, 제1세션을 주재하며 협력과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후에는 UAE 칼리드 아부다비 왕세자, 필리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칠레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 등과 양자회담을 진행했다.
특히 이날 오전 첫 대면한 시진핑 주석과는 내일 첫 한중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이번 회담에서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 한한령 해제, 한미 간 핵 추진 잠수함 협의에 대한 중국의 입장, 한반도 비핵화 문제, 공급망 협력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중 관계를 '민생 중심 협력'으로 복원할 기회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APEC 정상회의 둘째 날에는 한중 정상회담 결과와 함께, '자유무역과 포용적 성장'을 담은 '경주 선언' 채택 여부에도 이목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