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불확실성 걷어낸 재계 투자 시계 ‘정상 가동’
삼성 450조원·현대차 125.2조원 투입···SK·LG도 힘 보태
이재명-재계 총수 회동···“대한민국 경제 활력 제고에 기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부터).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을 일정 수준 걷어낸 재계가 대규모 국내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제2의 도약'을 준비한다. 인공지능(AI) 시대를 견야해 첨단 반도체 라인을 재정비하고 미래차 역량을 강화하는 등 신기술에 적극적으로 자본을 투입할 방침이다.
지방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창출한다는 청사진도 내놓고 있어 국내 경기 활성화에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4대그룹이 5년간 국내에 베팅하는 금액은 1000조원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삼성 450조원·현대차 125.2조원 '통큰 투자' 결정
1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최근 임시 경영위원회를 열고 향후 5년간 국내에 450조원을 투자하기로 의결했다. 이 기간 6만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목표로 수립했다.
삼성은 우선 평택사업장 2단지 5라인의 골조 공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글로벌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중장기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차원이다. 새롭게 조성되는 5라인은 2028년부터 본격 가동된다.
안정적인 생산 인프라 확보를 위해 각종 기반 시설 투자도 병행 추진된다. 5라인이 돌아가기 시작하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과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서 평택사업장의 전략적 위상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미래 신기술 확보를 위해 계열사들도 총력을 기울인다. 삼성SDS는 AI 인프라 확대를 위해 전남에 국가 컴퓨팅센터와 구미 AI 데이터센터 등 다거점 인프라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경북 구미 1공장에는 대규모 AI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는 구상도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인수 완료한 플랙트그룹(이하 플랙트)의 한국 생산라인 건립을 통해 AI 데이터센터 시장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라인은 광주광역시에 건립하는 것이 유력하다고 전해진다.
삼성SDI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제품의 국내 생산 거점을 구축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후보지로는 울산 사업장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사업장에 구축중인 8.6세대 IT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 시설에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제품을 양산한다. 삼성전기는 2022년부터 고부가 반도체 패키지기판 거점 생산 기지인 부산에 생산 능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자료사진. 현대차 울산공장 생산라인.
현대자동차그룹은 내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국내에 총 125조2000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한다고 이날 밝혔다. 역대 최대 수준이자 직전 5년(2021~2025년) 국내 투자액(89조1000억원)보다 40% 이상 증액된 금액이다.
현대차그룹은 AI,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전동화, 로보틱스, 수소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 50조5000억원, 기존 모빌리티 산업 경쟁력 지속 강화를 위한 R&D투자 및 경상투자에 각각 38조5000억원, 36조2000억원을 쓰기로 했다.
이같은 중장기 투자는 국내 AI·로봇 산업 육성과 그린 에너지 생태계 발전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 등 국가 경제 기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향후 5년간 AI 기술 고도화를 기반으로 한 로보틱스 등 신사업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지며 국내 AI·로봇 혁신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신차 투입을 위한 각 지역 생산 거점 라인 고도화 및 전기차 전용공장 신설, 서남권 PEM 수전해 플랜트 구축 등으로 지역 균형발전 촉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 생산 중추 거점으로서 한국의 위상도 더욱 공고히 한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완성차 생산 공장의 수출 지역을 다변화하고, 국내 전기차 전용공장을 글로벌 '마더팩토리' 및 수출 기지로 육성해 국내 생산 차량의 해외 수출을 대폭 증대시킬 방침이다.
지난해 218만대였던 완성차 수출을 2030년 247만대로 늘리고, 그 중 전동화(EV, PHEV, HEV, FCEV) 차량 수출은 지난해 69만대에서 2030년 176만대로 2.5배 이상 확장시킨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현대차그룹은 특히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 안정화를 위해 현대차·기아 1차 협력사가 올 한해 부담하는 대미 관세 전액을 지원하는 등 협력사와의 상생협력을 확대학로 했다. 이와 별도로 다양한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마련해 1차는 물론 2·3차 협력사까지 혜택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또 올해 약 7200명이던 채용 규모를 내년 1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LG도 100조원 투자···SK “용인에만 600조원 투자할 듯"
시장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이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만난 뒤 대규모 국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한미 관세협상 후속 대책 관련 재계 총수들과 의견을 나눈 뒤 “매우 어려운 과정이었으나 남들이 예상하지 못한 성과를 거뒀다"며 “일부 걱정되는 측면들이 있는데 혹시 대미 투자가 너무 강화되면서 국내 투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재명 대통령,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정관 산업부 장관.
이재용 회장은 이에 “국내 산업투자와 관련한 우려가 일부 있겠지만 그런 일이 없게 하겠다"며 “삼성은 투자 확대 및 청년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과의 상생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국내 투자와 고용을 더 적극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삼성·현대차 외 총수들도 구체적으로 국내 투자 금액 등을 제시하며 경기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했다.
SK그룹은 당초 2028년까지 128조원 국내 투자를 계획했으나 점점 투자 예상 비용이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 회장은 “정확한 추산은 어렵지만 용인에만 약 600조원 규모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LG그룹 역시 향후 5년간 100조원의 국내투자가 계획돼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이 중 60%를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기술 개발에 투입하겠다"고 전했다.
HD현대 역시 향후 5년간 15조원 규모 국내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에너지 분야 및 AI 기계로봇 사업에 8조원, 조선·해양 분야에 7조원을 각각 넣을 예정이다.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은 “미국 필리조선소에 7조원 이상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미국 조선시장에 대한 투자는 국내 조선산업과 기자재 산업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그룹은 현채 5000억원 규모로 운용 주인 스타트업들과 상생 펀드를 1조원 규모로 키우겠다고 약속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내 투자와 끊임없는 혁신으로 대한민국 경제 활력 제고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