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부 서예온 기자
“지금이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하기 딱이야."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보름 후 수원에 사는 지인의 말이다. 그는 “우리 동네는 규제에서 빠졌잖아"라며 차익을 노리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놀라운 건 이런 이들이 한 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부동산 업체 통계를 보면 10·15 이후 규제지역 거래는 76% 급감한 반면 비규제지역은 22% 증가했다. 그중 그가 사는 수원 권선구는 73%나 폭증했다. 규제를 피해 수요가 이동한 것이다. 이런 흐름은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반복됐던 풍선효과와 유사하다. 당시에도 규제를 강화했지만 인접 지역 가격이 급등하며 정책이 오히려 과열을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재명 정부는 그런 오류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일괄 묶는 초강수를 꺼냈다. 그러나 6·7 대책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6억원 제한에 이어 규제가 연달아 나오자 서울 상급지 시장에서는 “현금 부자만 웃는다"는 냉소가 커졌다.
특히 수요 억제 일변도의 정책은 무주택 청년·신혼부부에게 가장 먼저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 10·15 대책 이후 전세 매물은 줄고 월세 전환 흐름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경기 지역의 아파트 월세는 100만원대를 훌쩍 넘나든다. 소득이 넉넉지 않은 청년·신혼부부가 주거비 압박을 가장 먼저 체감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들이 의지할 정책 대출의 문턱은 좁아졌다. 대표적 정책대출인 생애최초 디딤돌 대출은 부부합산 8500만 원 이하(일반 7000만 원 이하)만 가능하지만, 맞벌이 신혼부부 소득이 그 이상인 경우가 흔하다. 신생아특례대출도 올해 6월부터 한도가 5억 원에서 4억 원으로 줄었고,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대출 총량도 25% 축소됐다. 전세는 불안해지고, 매매는 규제로 막힌 가운데 정책대출까지 줄어드니 무주택 실수요자의 선택지는 더욱 좁아진 셈이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서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여기에 있다. 취지는 '과열 억제'지만, 정작 보호가 필요한 무주택 청년·신혼부부가 정책 설계에서 비켜나 있기 때문이다.
수요 억제와 함께 실수요자를 배려하는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정책대출 소득 기준을 현실에 맞게 완화하자. 생애최초·신혼부부 대상 금리 우대 확대, 축소된 대출 한도·총량 조정, 예외적 대출·거주 요건 적용, 임대 공급 확대와 임차인 보호 대책 등도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