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철광석 가격 100달러 붕괴 전망
기니 시만두 광산 프로젝트 가동 영향
AD 관세로 중국 저가 공세 방어막 구축
리튬, 2차 전지 소재 적자 축소 기대
▲기니 시만두 광산. 사진=리오 틴토 제공
국내외 철강업계가 혹한기에 처해 있는 가운데 포스코홀딩스가 아이러니하게도 체질 개선의 기회를 맞고 있다.
글로벌 철광석 시장에 닥친 '공급 폭탄'이 역설적으로 국내 고로 철강사들에게는 강력한 원가절감의 기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의 반덤핑 관세 장벽과 리튬 사업의 바닥권 탈출 신호가 더해지며, 내년에 포스코홀딩스가 '불황형 흑자'를 넘어 구조적 턴 어라운드를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내년 철강 원자재 시장의 최대 화두는 아프리카 중서부 작은 나라 기니의 '시만두(Simandou)' 프로젝트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시만두 프로젝트는 지난 11월 첫 선적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생산 증대 구간에 진입한다. 완공 시 연간 1억2000만톤, 글로벌 교역량의 약 7%에 달하는 물량이 시장에 쏟아진다.
문제는 수요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내년 전 세계 철광석 공급은 올해보다 약 5000만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글로벌 수요 증가분인 약 2600만 톤을 두 배 가까이 압도하는 수치다. 따라서, 철강 원자재 시장에서는 철광석 가격이 톤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시만두'가 쏘아올린 공…철광석 100달러 시대 저무나
이러한 공급 과잉의 배경에는 중국의 '자원안보 전략'이 깔려 있다. 중국은 국영 구매기관인 중국광물자원그룹(CMRG)을 통해 구매 창구를 단일화하면서 기존의 발레·리오틴토·BHP·FMG 등 '박 4'가 독점하던 가격 결정권을 흔들고 있다.
철광석 가격 하락은 광산 업체에겐 악재지만 원재료 비중이 높은 포스코홀딩스와 같은 고로 업체에는 마진을 개선할 수 있는 확실한 호재다.
원가 부담이 줄어든다고 해도 제품 판매가격이 무너지면 소용이 없다. 그동안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 탓에 한국으로 밀려들어온 중국산 저가 철강재는 국내 철강사의 수익성을 갉아먹는 주범이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정부는 지난 4월 중국산 후판에 이어 9월 일본·중국산 열연강판에 약 30%의 반덤핑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실제로 관세 부과 이후 열연강판의 수입 물량 감소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수입 재고가 소진되는 1~2개 분기의 시차를 고려하면 내년부터 무역장벽의 효과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는 원가(철광석)는 떨어지고 판가(제품 가격)는 방어되는 구조를 만들어 포스코홀딩스의 철강 부문 수익성을 지지하는 핵심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철강 부문이 바닥을 다지는 사이 포스코그룹의 신 성장 동력인 2차 전지 소재 부문에서도 반전의 신호가 감지된다. 올해 내내 포스코홀딩스의 발목을 잡았던 리튬 가격 하락세가 멈췄기 때문이다.
시장 분석에 따르면 리튬 가격은 중국 정부의 공급 제한 조치가 있었던 지난 7월을 기점으로 바닥을 확인했다. 중국 정부는 리튬을 전략 광물로 지정하고 채굴 허가권을 중앙 정부로 일원화하는 등 공급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운 오리' 리튬, 2026년엔 백조 될까
더 중요한 것은 내년의 수급 상황이다. 메리츠증권은 2026년 글로벌 리튬 공급 증가율(22%)보다 전기차(30%) 및 ESS(23~100%) 등 전방 산업의 수요 증가율이 더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는 '수급 역전'이 발생하며 리튬 가격의 구조적 반등이 예상된다.
이는 곧 포스코홀딩스 자회사들의 실적 개선으로 직결될 가능성을 높인다. IM증권은 내년 포스코홀딩스의 실적 개선 요인으로 포스코E&C의 흑자 전환과 더불어 2차전지 소재 부문의 적자 폭 축소를 꼽았다.
물론 당장 올해 4분기 성적표는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 연결 영업이익 추정치는 약 3300억 원으로 컨센서스를 밑돌 전망이다. 건설 자회사 포스코이앤씨의 손실과 2차전지 소재 재고평가 손실 등이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해서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현재의 부진보다 내년의 회복 탄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철광석 하락·리튬 반등 등 원자재 시장의 판도 변화와 정부의 정책적 지원책인 반덤핑 관세가 맞물리며 내년 영업이익은 올해 2조1000억 원 대비 6000억 원 가량 늘어 2조7000억 원 수준으로의 개선이 예상된다.
IM증권은 “중국산 저가 철강 유입은 부담이나 리튬 부문의 구조적 턴어라운드가 기업 가치 회복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철광석 가격 하락이라는 거시적 변화와 리튬 사업의 턴어라운드가 만나는 2026년, 포스코홀딩스가 소재기업으로서의 재평가를 받아낼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