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축포’에도 웃지 못하는 삼성…TV·가전 부진 ‘어쩌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2.01 14:32

전사 영업익 책임진 반도체·스마트폰…TV·가전은 연간 적자
수요 둔화 및 중국 저가 공세에 미국 관세 부담 ‘삼중고’
삼성전자 “고부가 제품·AI 기능 강화 앞세워 반등 모색”

관람객이 지난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6에 마련된 윈호텔 삼성전자 단독 전시관에서 '130형 마이크로 RGB T

▲관람객이 지난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6에 마련된 윈호텔 삼성전자 단독 전시관에서 '130형 마이크로 RGB TV'를 구경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지만 내부 분위기는 '마냥 밝지만은 않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이 실적을 견인한 반면, TV와 가전 사업은 적자를 기록하며 사업부 간 '실적 양극화'가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반도체 호황에 가려져 있던 TV·생활가전 부문의 구조적 한계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333조6059억원, 영업이익 43조6011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역대 최대치, 영업이익은 역대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외형상으로는 '축포'를 터뜨릴 만한 성적표임에도 세부 사업별로 들여다보면 온도차가 크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의 중심에는 반도체 부문(DS)이 자리잡고 있다. 메모리 업황 회복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에 힘입어 반도체 부문은 전사 영업이익의 약 58%를 책임졌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 사업부 역시 갤럭시 S·Z 시리즈 판매 호조로 전년 대비 약 22%의 영업이익 증가률을 기록하며 실적 방어에 기여했다.


이와 달리, TV와 가전사업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삼성전자에서 각각 TV와 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 사업부는 지난해 약 2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나타냈다. 상반기에 합산 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3분기 영업손실 1000억원, 4분기 영업손실 6000억원 등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연간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VD·DA 사업부는 과거 삼성전자의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했다. 2022년 1조3500억원, 2023년 1조2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데 이어 2024년 1조7000억원까지 치고 올라왔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상승 흐름이 꺾였다.


업계에서는 국내외 시장에서 TV와 가전 제품의 수요 둔화와 경쟁 심화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 주된 원인으로 꼽고 있다.


TV 사업은 글로벌 교체주기 장기화로 전반적인 시장 성장성이 둔화된 가운데 중국기업드의 '가성비' 공세까지 겹쳐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TV 출하량은 1억9600만대로 전년 대비 1.2% 줄었다. 올해도 지난해보다 약 2%의 감소가 예상돼 TV사업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여기에 TCL과 하이센스 등 중국 가전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점도 삼성의 VD·DA 사업 실적을 압박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삼성전자의 글로벌 TV 시장점유율은 17%로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2위인 중국 TCL과 격차는 겨우 1%포인트 차이다. 2024년 삼성과 TCL 간 격차는 5%포인트였다.



임수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TCL은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등 고해상도 기술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제공하며 가격 민감도가 높은 동유럽과 중동·아프리카(MEA) 등 신흥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활가전 사업 역시 상황은 녹록지 않다. 글로벌 수요 둔화 속에서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시장을 잠식하며 경쟁 구도 자체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프리미엄 중심 전략을 유지해온 국내 업체들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좁아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외 무역환경도 우호적이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에 상호관세(국가별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가전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가전기업들은 상호관세 15%에 더해 가전에 사용되는 철강에 50%의 품목관세를 부담하고 있다. 상호관세 인상까지 현실화될 경우 북미시장 비중이 큰 삼성전자 가전 사업의 수익성은 추가로 악화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고부가 제품과 강화된 인공지능(AI) 기능을 앞세워 TV·가전 사업의 반등을 모색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달 29일 열린 2025년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삼성은 “프리미엄 TV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을 지속 강화하겠다"며 “마이크로 적녹청(RGB) TV를 55인치부터 130인치까지 확대해 새로운 카테고리로 대세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생활가전 부문에서는 AI 기반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가전 간 연결성과 사용자 생활 패턴을 반영한 '스마트홈' 솔루션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중국 업체들 역시 프리미엄 라인업과 AI 기능을 빠르게 강화하고 있어, 기술 차별화만으로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단기간 내 실적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VD·DA 부문은 시장 둔화와 관세 부담 등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며 “올해 1분기에도 적자 지속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TV와 가전 부문은 높은 경쟁 강도와 비용 증가로 인해 당분간 낮은 수익성을 감내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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