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위기에 몰린 코스닥 상장사들…무상감자 공시 4배 급증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3.19 13:01

무상감자 전년 대비 4배 급증, 결손금 보전 목적 '최다'

상폐 기준 강화 직격탄…코스닥 재무정비 움직임 확대

사진=챗GPT

▲사진=챗GPT

코스닥 상장사들이 무상감자를 통한 재무구조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결손금을 털어내고 상장 유지 요건을 맞추기 위한 '재무성형' 성격이 짙은 것으로 분석된다. 강화된 상장폐지 기준에 대응해 기업들이 본격적인 생존 게임에 돌입했다는 평가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전일까지 공시된 무상감자 결정 건수는 총 8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 기간 21건 대비 4배 이상 급증한 수준이다.


감자 목적을 보면 결손금 보전을 위한 사례가 34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순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감자는 22건에 그쳤고, 나머지는 기타 사유로 분류됐다.



다만 코스피 상장사와 코스닥 상장사 간 온도 차는 뚜렷했다. 코스피 상장사는 상대적으로 주주환원 정책 중심의 움직임을 보인 반면, 코스닥 상장사는 생존을 위한 재무정비에 목적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결손금 보전 목적의 무상감자 상당수는 코스닥 상장사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주주가치 제고 목적의 감자는 상대적으로 코스피 상장사 비중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코스닥 상장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정부의 상장폐지 제도 개편과 맞물려 더욱 뚜렷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코스닥 시장을 '썩은 상품'에 비유한 이후 금융당국이 상장폐지 기준을 전면 강화하면서 기업들의 부담이 크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월 29일 이 대통령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증시를 '백화점'에 비유하며 “상품 가치가 없는 썩은 상품, 가짜 상품이 많으면 누가 가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최근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상장 유지 요건을 강화했다. 동전주 기준 신설, 시가총액 기준 상향, 완전자본잠식 기업에 대한 심사 강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 같은 제도 변화는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에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자본잠식 상태에 근접하거나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이 있는 기업일수록 단기간 내 재무지표를 개선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감자는 이 같은 상황에서 가장 즉각적으로 활용 가능한 수단으로 꼽힌다. 자본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결손금을 정리하면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거나 재무 비율을 정상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손금은 자본잠식으로 이어지는 핵심 요인이다. 누적 적자가 확대되면서 잉여금을 소진하고, 나아가 주주가 납입한 자본금까지 잠식하기 시작하면 기업은 자본잠식 상태에 진입하게 된다. 이 때문에 감자는 재무 안정성 회복을 위한 대표적인 대응 수단으로 활용된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전문가는 “회계상 자본금 항목의 크기를 줄여 자본잠식 상태를 빠져나가려는 조치"라며 “정부가 부실기업 퇴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상폐를 피하기 위한 대응으로 감자가 확산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최근 감자 확대를 안전한 재무 전략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감자를 통해 장부상 재무 상태를 개선하더라도 기업의 실질적인 수익창출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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