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개 공항사 통합’ 추진… 가덕도 재원 마련 명분 속 충돌
‘지방공항 정책 실패 책임 전가’ vs ‘20년 불균형 해소’ 팽팽
학계 “물리적 결합보다 절차적 참여가 성패 좌우하게 될 것”
▲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 본사 전경. 사진=박규빈 기자·한국공항공사
정부가 항공 산업 효율화와 신공항 건설 재원 확보를 목적으로 공항 운영 기관 통합 카드를 꺼내 들자 이해 관계자들이 거센 풍랑에 휩싸였다. 특히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노조가 각기 다른 성명서를 통해 상반된 논리를 앞세워 전면전에 나서면서 조직 개편을 넘어선 지역과 기관 간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인천국제공항을 운영하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나머지 민간 공항을 담당하는 한국공항공사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통합의 핵심 명분은 '운영 효율화'와 '항공 경쟁력 강화'다. 하지만 이면에는 막대한 건설 비용이 소요되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 등 국책 사업의 재정적 부담을 덜기 위해 수익성이 좋은 인천공항의 재무 여력을 활용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원화된 운영 체계를 하나로 묶어 중복 기능을 해소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공항공사들은 직접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각사 노동조합의 보도자료를 출입 기자들에게 배포하며 이를 갈음했다.
◇ 인천공항 노조 “실패한 지방 공항 정책 독배 거부"
공동투쟁위원회를 구성한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는 이번 통합을 “무책임한 책임 전가"로 규정하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정치적 논리로 남발된 지방 공항의 만성 적자와 수요 부족은 정부 정책 실패의 결과"라며 “대한민국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인천공항의 수익으로 이를 메우려 하는 것은 명백한 '인천 홀대'이자 항공 산업을 붕괴시키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특히 인천공항 역시 대규모 시설 확장과 허브화 경쟁을 위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임을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재무 부담을 떠안게 되면 투자 여력 약화로 서비스 질 저하 및 안전 위협이 발생할 것이며, 결국 인천과 지방공항 모두 '동반 부실'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통합 강행 시 총파업과 차량 1000대를 동원한 상경 투쟁을 불사하겠다는 배수진을 쳤다.
◇한국공항공사 노조 “인천공항 1극 체제, 이제는 균형 잡아야"
반면 김포·제주 등 전국 14개 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 노조의 입장은 확연히 다르다. 이들은 지난 20여 년간 정부 정책이 '인천공항 허브화'라는 명분 아래 일방적으로 쏠리면서 지방공항이 항공 교통 편익에서 소외되고 소멸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한다.
한국공항공사 노조는 “전 국민이 인천공항을 이용해 만들어준 수익을 오직 인천만을 위해 투자하겠다는 논리는 이기적"이라며 통합을 통해 정책 불균형을 해소하고 국가 균형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복 기능과 불필요한 경쟁을 없애 상생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진정한 항공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입장이다.
◇학계의 경고 “물리적 결합보다 중요한 건 화학적 융합"
이러한 노사 간의 극심한 갈등은 향후 통합 조직의 성과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2018년 한국인사행정학회보에 발표된 '공공기관 통합의 성과와 조직구성원 직무태도에 관한 연구(조윤직 외 2명)'에 따르면 공공기관 통합이 성공하려면 물리적 결합 외에도 △조직 학습 △기능 융합 △구성원의 통합 과정 참여가 필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10개 통합 공공 기관을 분석한 결과, 통합 과정에의 참여(평균 3.79)는 다른 선행 요인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구성원들은 소통 기회가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조직 성과는 조직 신뢰와 조직 몰입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통합의 직접적 결과물인 기능 융합과 조직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구성원의 조직 신뢰도가 급격히 하락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통합의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작 단계부터 구성원들의 피드백을 반영하는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돼야 한다"며 '숫자 맞추기'식 조직 통합이 아닌 유기적이고 화학적인 결합을 이끌어내기 위한 관리 노력을 주문했다.
따라서 공항 통합 논의가 '황금 거위의 배를 가르는 졸속 행정'이 될지, '국가 항공 산업의 상생 날개'가 될지는 정부가 얼마나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각 이해 관계자의 실질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