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재산·거주 논란 집중 제기
장녀 허위 전입신고·모친 무상거주 지적
“검머외·다주택” 비판 속
국내 경제 인식·자격 검증 도마
고환율·물가 압박 속 스태그 우려엔
“가능성 제한적” 신중론
중동 변수 장기화 시 대응 시사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5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명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가족을 둘러싼 의혹부터 통화정책 방향까지 전방위 검증대에 올랐다. 국적, 재산, 거주 문제 등 신상 논란과 자료 제출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환율·물가 부담 속에서 중앙은행 수장으로서의 정책 판단과 위기 대응 역량을 둘러싼 질의도 집중됐다. 신 후보자는 일부 행정상 과오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인플레이션 대응과 통화정책 운영 원칙에 대해서는 신중하면서도 일관된 기조를 강조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신 후보자의) 장녀가 1999년 영국 국적을 취득하며 한국 국적을 상실했으나, 관련 신고를 하지 않았고 2023년 강남구 동연아파트에 내국인으로 허위 전입신고했다"며 “3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주민등록법 위반"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천 의원은 (신 후보자의 장녀가) 해외에서 독립적인 생계를 꾸리고 있다고 했으나, 가족과 함께 거주한다는 이유로 전입신고를 했다며 한국 국적자의 혜택을 노린 것이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건강보험, 한국 여권 사용내역, 부동산 소유·청약 등에 대해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 글로벌 경제 엘리트…국내 상황 인식은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신 후보자의 서면 답변 등을 토대로 세금 탈루·부동산 투기·(장남)병역 면탈 등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발언했다. 또한 글로벌 경제에 대한 식견을 인정하지만, 국내 거주기간이 매우 짧다는 점을 들어 우리나라와 경제에 대한 인식이 충분한지 물었다.
박 의원은 신 후보자 모친의 서울 강남구 아파트 거주에 대해 '비정상적'이라고 꼬집었다. 아파트 매입 이후 전세를 주고 11년간 보증금을 전혀 올리지 않았고, 지난해부터 공짜로 거주 중이라고 발언했다. 신 후보자가 강남과 미국 등 국내·외 주택 3채를 보유한 것과 이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 라인에 다주택자를 앉히지 않겠다는 기조가 상충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했다.
그는 일명 '검머외(검은머리 외국인)' 총재라는 비난을 들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전했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배우자와 두 자녀 모두 외국국적이고, 금융자산의 92.3%가 외화표시자산"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환율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데 환율이 높으니 물가가 올라가고 중소기업과 서민도 어렵다"고 걱정했다. 다른 의원들의 질의에서도 '환율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는 신 후보자의 발언과 외화자산 비중의 연관성을 찾으려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에 대해 신 후보자는 “신상 문제로 국민께 심려 끼쳐드려 송구하다. 오랫동안 해외생활하면서 행정처리를 제대로 못한 제 불찰"이라며 “취임하게 되면 모든 문제를 신속히 처리하고 한국 경제를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는 외화표시 자산을 '상당히' 처리했고, 앞으로도 비중을 줄여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모친 거주 아파트에 대해서는 “갭투자 목적이 아니었다"며 “선임된 세무대리인을 통해 증여성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 “중동사태 장기화시 통화정책 역할 있어"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함께 나타나는 현상)에 대한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신 후보자는 이창용 한은 총재와 비슷하게 현재로서는 발생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제통화기금(IMF)·해외투자은행(IB) 등이 올해 우리나라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높이고 경제성장률은 하향조정하면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신 후보자는 관련 질문에 중동전쟁에 따른 공급 충격이 기대 인플레이션과 근원 물가 상승에 끼치는 영향을 충분히 파악하기 어려웠던 만큼 지켜보는(기준금리 동결) 방향이 맞았다고 본다면서도 전쟁 장기화로 인한 여파가 이어지면 반드시 통화정책의 역할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대답했다.
그는 '잘못했거나 잘했다고 생각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있냐'는 질문에 아서 번즈와 폴 볼커를 언급했다. 아서 번즈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압박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후 오일쇼크가 발생했을 때 저성장 극복을 명분으로 또다시 금리를 내렸다가 강한 인플레이션에 못 이겨 금리를 인상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이 벌어졌던 바 있다.
몇 년 뒤 의장이 된 폴 볼커는 취임 두 달 만에 기준금리를 11.5%에서 15.5%로 400bp 끌어올린 것을 필두로 20%대 초고금리 정책을 폈다. 두 자릿수로 치솟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잡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로 인해 수많은 기업들이 도산했으나, 달러 가치가 회복되고 인플레이션을 잡는데 성공하면서 훗날 미국 경제 호황의 기초를 닦은 인물로 불린다. 신 후보자가 '실용적 매파'라는 평가에 대해 선을 그었으나, 인플레이션의 부작용에 대해 경계하기 위해 볼커를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신 후보자는 “한은 본연의 책무인 물가·금융안정을 도모하고 우리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통화정책을 운영하겠다"며 “정부 정책과 독립적으로 운영하면서도 각 정책의 상호영향과 우리 경제 전반의 안정을 고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는 △고려대 편입학,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다른 F4 멤버와의 소통,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자산 관련 질의응답도 이뤄졌다. 신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후 이 대통령의 임명 재가를 받으면 오는 21일 취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