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치·전기차 타이어 판매 확대에 1분기 실적 선방
EU, 중국산 타이어 반덤핑 관세 추진…업계 촉각
중국 생산 비중 높은 금호·넥센 부담 확대 우려
유럽 현지 생산 확대 등 공급망 재편 움직임 본격화
▲한국타이어 라우펜.
국내 타이어 업계가 올해 1분기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와 우호적인 환율 효과에 힘입어 견조한 실적을 거뒀지만 하반기 들어 유럽연합(EU)의 대중국 통상 규제 강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EU가 중국산 전기차를 넘어 타이어 등 자동차 부품 분야까지 규제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중국 생산 비중이 높은 국내 업체들의 부담도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국내 타이어 3사는 올해 1분기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도 비교적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한국타이어는 올해 1분기 매출 2조56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375억원으로 같은 기간 31.1% 늘었다.
금호타이어는 매출 1조1678억원, 영업이익 147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2%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0.3% 증가했다. 넥센타이어는 매출 8380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5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완성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는 상황에서도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 전략이 실적 방어에 주효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심으로 고인치 타이어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평균판매단가(ASP)가 상승한 점도 실적 개선 배경으로 꼽힌다.
환율 효과 역시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타이어 업체들의 수익성이 개선됐다. 실제 국내 타이어 업계는 전체 매출의 상당 부분을 북미와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 거두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하반기 들어 통상 환경 악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U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규제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중국산 승용차 및 경트럭용 타이어에 대해 반덤핑 관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중국 현지 생산 물량을 유럽에 수출하는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에 각각 약 29.9% 수준의 반덤핑 관세율을 통보했다. 한국타이어는 3.4%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현지 업체들에는 최대 50%를 웃도는 수준의 관세율도 거론되고 있다. 최종 관세율은 다음 달 확정될 예정이다.
문제는 국내 업체들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타이어 업체 상당수가 중국 현지 공장을 운영하며 유럽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어서다. 국내 타이어 3사의 전체 매출 가운데 유럽 시장 비중은 약 40% 안팎에 달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국내 타이어 3사는 모두 중국 공장을 통해 글로벌 물량 일부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금호타이어는 유럽 판매 물량 가운데 약 50%를 중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넥센타이어 역시 유럽향 물량의 약 15%를 중국 생산분으로 충당하고 있어 관세 부담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관세 부담이 현실화될 경우 수익성 악화는 물론 공급망 재편 압박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경우 유럽 시장 점유율 방어에도 부담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공급망 안정성을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한 점도 변수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미·중 갈등과 보호무역 강화 흐름 속에서 생산 거점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지역별 현지 생산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이 바뀌는 모습이다.
타이어 업계 역시 유럽 현지 생산 확대 필요성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타이어는 헝가리 공장을 기반으로 유럽 현지 생산 체계를 갖추고 있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한국타이어 헝가리 공장은 유럽 시장 핵심 생산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중국 생산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업체들은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금호타이어는 폴란드 신규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며 넥센타이어는 체코 공장 생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시장은 국내 타이어 업체들의 핵심 수출 시장인 만큼 통상 규제 변화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향후에는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생산 거점과 공급망 안정성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에는 관세 부담과 물류 비용, 생산 전략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업계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