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새벽 깨운 ‘투표 행렬’… “말보다 결과 보여주는 일꾼 뽑아야”[6·3 투표 이모저모]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6.03 12:37

수성구 만촌1동·서구 내당1동 등 아침 일찍부터 유권자 발길 이어져


인구 유출·상권 침체 겪는 대구 시민들 “지역 경제 살릴 실질적 정책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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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들이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네이버 캡쳐

대구=에너지경제신문 손중모기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가 시작된 3일 오전 6시.



아직 해가 완전히 떠오르지 않은 대구 수성구 만촌1동 행정복지센터 앞은 이른 아침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유권자들은 투표 시작 시간을 기다리며 조용히 줄을 섰고, 투표소 입구에는 어느새 수십m에 이르는 대기 행렬이 만들어졌다.



투표소 문이 열리기 전부터 도착한 시민들은 저마다 손에 신분증을 쥔 채 차분하게 순서를 기다렸다.


운동복 차림으로 새벽 산책을 마친 노년층부터 출근을 서두르는 직장인,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나온 젊은 부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투표소 앞에 모여 있었다.


오전 6시 정각, 투표 개시를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시민들은 질서정연하게 투표소 안으로 들어갔다.


투표사무원들은 신분증을 확인하고 선거인명부를 대조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투표용지를 건네받은 시민들은 기표소로 향했고, 잠시 뒤 투표함에 용지를 넣은 뒤 홀가분한 표정으로 투표장을 빠져나왔다.


시민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배경에는 지역 발전에 대한 간절함이 깔려 있었다.


오전 5시 30분께부터 투표소 앞에서 기다렸다는 직장인 이영종(45)씨는 출근 시간에 맞춰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선거 때마다 꼭 아침 일찍 투표를 한다"며 “요즘 지역 경기가 너무 어렵고 젊은 사람들이 계속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이번 선거만큼은 꼭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누가 당선되든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며 “말보다 결과를 보여주는 시장과 구청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70대 김종문씨는 투표를 마친 뒤 한동안 투표소 주변을 서성이며 지역의 현실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았다.


김씨는 “예전에는 대구가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 정도로 활기가 넘쳤는데 지금은 자녀와 손주 세대가 일자리를 찾아 서울과 수도권으로 떠나는 모습을 보는 게 가장 안타깝다"며 “이번에 선출되는 지도자들은 정치적 구호보다 청년들이 지역에 남아 일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같은 시각 서구 내당1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투표소도 아침 일찍부터 유권자들로 붐볐다.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걸어온 주민들과 운동을 마친 시민들이 잇따라 투표소를 찾았고, 일부 시민들은 가족들과 함께 투표장을 방문해 소중한 권리를 행사했다.


투표소 앞에서는 “신분증을 준비해 달라"는 안내 방송이 반복해서 흘러나왔고, 선거사무원들은 유권자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하며 원활한 투표 진행을 도왔다.


주소지를 착각해 다른 투표소를 찾은 일부 시민들이 발걸음을 돌리는 모습도 눈에 띄었지만 큰 혼란은 없었다.


시민들이 원하는 공약은 거창한 정치적 구호가 아닌 '민생'에 집중되어 있었다.


주부 박순분(58)씨는 투표를 마친 뒤 “뉴스에서는 늘 정치 이야기만 나오지만 정작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라며 “장바구니 물가를 낮추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교를 다니며 노인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20년째 자영업을 하고 있다는 최경연(62)씨는 “코로나 이후 지역 상권이 예전 같지 않다"며 “빈 점포가 늘어나고 손님도 줄어든 만큼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오전 8시가 넘어가자 투표소 주변은 더욱 분주해졌다.


출근길 직장인들이 차량을 잠시 세우고 투표를 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고, 노년층 유권자들도 속속 투표소를 찾았다. 투표를 마친 시민들은 “생각보다 줄이 길지 않다" “아침 일찍 오길 잘했다"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달서구의 한 투표소에서 근무 중인 선거사무원은 “투표가 시작된 직후부터 시민들의 방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이번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오후까지 투표 열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대구 곳곳의 투표소에서 만난 시민들의 생각은 조금씩 달랐지만 공통된 바람은 분명했다.


침체된 지역경제를 되살리고 청년들이 떠나지 않는 도시, 시민들이 변화와 희망을 체감할 수 있는 지역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였다.


이른 새벽 잠을 줄여가며 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의 한 표에는 단순한 선택을 넘어 대구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간절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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