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4개사·삼성 금융 5개사, 전방위 파트너십 체결
현대카드 PLCC 독점 지위 ‘흔들’…‘마일리지 전쟁’ 예고
메가 캐리어 기체 보험·리스 금융, 삼성 ‘일원화’ 가능성
지주사 전면 등판에 ‘지분 교환’ 혈맹설…“정해진 바 無”
▲한진그룹·삼성금융네트웍스 CI. 사진=각 사 제공
국내 최대 항공 그룹과 1등 금융 그룹이 다가올 '메가 캐리어(초대형 통합 항공사)' 시대를 앞두고 전면적인 연합 전선을 구축했다. 겉으로는 '미래 신 수익원 발굴'과 '고객 혜택 강화'를 내세운 원론적인 양해 각서(MOU) 체결이지만 시장에서는 예사로운 움직임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번 동맹이 굳건했던 대한항공 신용 카드 시장의 독점 구도를 깨는 것을 시작으로 자사 앱 생태계 융합, 수조 원대 B2B 항공 금융의 일원화, 나아가 양 그룹 간 지분 교환으로 이어질 초대형 빅딜의 신호탄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18일 대한항공은 한진칼·아시아나항공·진에어 등 계열사와 함께 삼성금융네트웍스 산하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카드·삼성증권·삼성자산운용 5개사와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본사에서 열린 체결식에는 양 그룹 핵심 계열사 9곳의 대표이사가 총출동했다.
양측 보도자료를 종합하면 이번 협약에는 △대한항공 혜택 탑재 신규 제휴카드 출시 △삼성 통합 앱 '모니모(monimo)' 내 대한항공 서비스 탑재 △핀테크·인공지능(AI) 에이전트(Agent)·디지털 자산 등 신기술 접목 △항공 테마 금융상품 및 기체 보험 프로그램 개발 △VIP 프리미엄 서비스 교차 제공 등이 담겼다. 특히 양사는 단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시너지 창출과 불확실한 대외 환경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아예 '공동 태스크 포스(TF)'를 즉각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흔들리는 '현대카드 PLCC 독점'…막 오르는 마일리지 카드 전쟁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신용 카드 업계다. 현재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적립 기반 상업자 표시 신용 카드(PLCC) 시장은 현대카드가 단독 제휴를 맺고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흥행 가도를 달려왔다.
하지만 이날 삼성금융네트웍스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대한항공 혜택을 담은 제휴카드를 새롭게 출시하겠다"고 명문화하며 등판을 공식화했다. 업계에서는 기존 현대카드와의 단독 파트너십이 축소 혹은 종료 수순을 밟게 될지, 아니면 삼성카드에서 새로운 형태의 마일리지 적립 기반 PLCC 대항마를 내놓아 복수 체제로 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모니모 탑재·디지털 자산 결합…수조원대 '기체 보험·리스 금융' 싹쓸이 관측
삼성금융네트웍스의 야심작인 통합 플랫폼 '모니모'와의 결합도 수면 위로 드러났다. 모니모에 대한항공의 주요 모바일 서비스를 탑재하는 한편, 보수적인 색채가 짙은 대기업 협약문에 '디지털 자산'과 'AI 에이전트' 등 신 기술 적용을 언급한 것도 이례적이다.
일각에서는 향후 아시아나항공 합병 이후 마일리지 통합 과정에 삼성금융네트웍스의 플랫폼 기술이 개입하거나 항공 마일리지를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 증권(STO) 등으로 유동화하는 파격적인 핀테크 실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한다.
삼성금융네트웍스 관계자는 “금융과 항공업계를 대표하는 기업들 간의 협업으로 고객들은 더욱 차별화된 서비스와 혜택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삼성금융네트웍스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 캐리어에 걸맞는 시장 경쟁력을 갖추겠다"며 “고객들에게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개인 고객(B2C) 마케팅보다 더 큰 판은 거대 자본이 오가는 '기업 금융(B2B)'에 있다. 양측은 '항공·운송 산업 안전 관리 보험 프로그램 개발'을 공식화했다.
조만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의 결합체인 '통합 대한항공'과 '통합 진에어'가 출범하면 이들이 굴리는 항공기 기체 보험·배상 책임 보험 규모는 현재보다 대폭 불어난다. 때문에 향후 막대해질 기단의 B2B 보험 주관사를 삼성화재로 일원화하려는 사전 작업으로 풀이된다. 삼성증권과 삼성자산운용이 테이블에 앉은 것도 차후 신규 항공기 도입 시 수반되는 수조 원 규모의 '항공 리스 금융'을 삼성 금융 관계사들이 주도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지주사 '한진칼' 이례적 등판…마케팅 넘어 '자본 혈맹' 가나
재계가 이번 MOU를 가장 흥미롭게 바라보는 대목은 한진그룹 지배 구조의 정점인 지주사 '한진칼'이 직접 계약 당사자로 나섰다는 점이다. 제휴 상품 출시라면 대한항공과 삼성카드 실무선에서 마무리될 일이다. 더욱이 올해 12월 17일 대한항공과의 합병으로 법인 소멸을 목전에 둔 아시아나항공까지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일각에서는 양 그룹 9개 핵심 계열사가 공동 TF까지 가동한 것을 두고 이번 협약이 향후 합작 법인(JV) 설립이나 양 그룹 간 상호 지분 교환 등 이른바 '혈맹' 수준의 자본 제휴까지 염두에 둔 장기적 포석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경영권 안정과 메가 캐리어 안착을 위해 든든한 우군이 필요한 한진과, 미래 성장 동력이 절실한 삼성금융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이번 협약이 향후 합작 법인(JV) 설립 또는 양 그룹 간 상호 지분 교환 등 이른바 '혈맹' 수준의 자본 제휴까지 염두에 둔 장기적 포석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한편 대한항공 관계자는 “큰 틀에서 업무 협약을 맺은 단계일 뿐,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양측이 9개 계열사 수장을 한자리에 모아 공동 TF까지 출범시킨 데다 삼성금융네트웍스 측이 '제휴 카드 출시'와 '모니모 연동' 등을 선제적으로 못 박은 만큼, 이른 시일 내 관련 업계 판을 뒤흔들 굵직한 결과물들이 연이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