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터뷰] 박준홍 교수 “반도체 공장, 물보다 중요한 건 인프라”

장혜원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7.08 11:09

한국물환경학회 회장 역임 박준홍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AI·반도체 시대, 물·전력·도로 따로 계획하면 실패”
광주·전남 메가클러스터도 산업용수 확보가 최대 과제
“국가인프라기본법으로 부처 칸막이 넘어 통합전략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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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홍 연세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사진=장혜원 기자

정부가 광주·전남권을 차세대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육성하는 '호남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구상을 추진하면서 산업용수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반도체 공장은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생산 과정에서는 웨이퍼 세척과 초순수 생산을 위해 막대한 양의 물이 필요하다. 안정적인 용수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장 건설과 기업 투자, 지역경제 활성화 모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문제의 본질이 단순한 물 부족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진단한다. 산업용수와 전력, 송전망, 도로, 철도, 물류, 하천 관리, 재난 대응까지 하나의 산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음에도 이를 여전히 부처별로 나눠 계획하고 관리하는 구조가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환경한림원 기획사업위원장과 한국물환경학회 직전회장을 맡고 있는 박준홍 연세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에너지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I와 반도체 산업 시대에는 전력뿐 아니라 물 확보 경쟁도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된다"며 “산업용수 문제를 기후에너지환경부만의 과제로 접근해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먼저 반도체 산업의 특성부터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 공장은 물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산업 가운데 하나"라며 “웨이퍼 세척부터 초순수 생산까지 모든 공정이 물과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데이터센터 역시 냉각을 위해 막대한 물을 사용한다"며 “전력과 물 인프라를 어떻게 확보하고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지혜로운 선택이 국가의 미래와 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광주·전남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역시 황룡강과 영산강 수계를 활용한 산업용수 공급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과 계절별 유량 변화, 생활·농업용수 수요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만큼 단순히 취수시설을 설치하는 방식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그동안은 산업단지가 들어서면 그다음에 물을 고민하고, 송전망을 고민하고, 도로를 고민하는 방식이었다"며 “앞으로는 국가 차원에서 물과 전력, 교통 인프라를 동시에 설계하지 않으면 글로벌 투자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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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홍 연세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교수가 AI·반도체 시대 국가 인프라와 산업용수 확보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장혜원 기자

그가 가장 큰 문제로 꼽은 것은 이른바 '칸막이 행정'이다.


현재 산업단지 정책과 개발, 도로와 철도, 수자원과 하천 관리, 재난 대응 등은 관계 부처와 지자체가 각각 담당하고 있으며 사업별 법률과 예산도 서로 다르다. 이 때문에 하나의 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도 산업용수와 전력, 교통망, 환경, 안전 등을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그는 “시설물 개별법으로 관리되는 현재의 법·제도 체계에서는 도로는 도로대로, 제방은 제방대로, 재난 대응은 또 별도로 관리됐다"며 “하지만 실제 사고는 각각의 사각지대가 서로 연결되면서 발생한 복합재난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하천과 도로, 재난 대응 체계를 하나의 테이블에서 함께 검토했다면 위험을 더 일찍 발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구조는 AI와 반도체 시대에 더욱 큰 병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반도체 공장 하나를 짓기 위해서도 전력과 물, 교통, 물류, 정주환경, 데이터센터 등 모든 요소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며 “지금처럼 관련 계획이 각각 따로 추진되면 국가 프로젝트 전체가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최근 여야 의원 36명이 공동 발의한 국가인프라기본법은 단순한 노후시설 관리법이 아니라 AI·반도체 시대 국가 전략 인프라를 범정부 차원에서 통합 관리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으로 평가받는다.


법안은 대통령 소속 국가인프라위원회를 설치하고 국가인프라 기본계획을 수립해 도로와 철도, 항만, 공항은 물론 전력·에너지·수자원·데이터·환경 인프라까지 국가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조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별 부처가 각각 추진하던 인프라 계획을 하나의 국가 전략 아래 연계해 대규모 프로젝트의 병목을 줄이자는 취지다.


예를 들어 호남권 반도체 산업단지를 조성할 경우 공장 부지를 먼저 정한 뒤 용수나 전력을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용수 확보 가능성과 송전망 확충, 도로·철도 물류망, 환경·재난 리스크 등을 초기 단계부터 함께 검토하는 방식이다. 현재처럼 관련 업무가 여러 부처와 지자체에 분산된 체계로는 첨단산업 입지 경쟁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법안의 배경에 깔려 있다.


22대 국회 연구단체인 미래국토인프라혁신포럼에서도 이 같은 문제의식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포럼은 AI와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이 더 이상 개별 공장 건설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으며 전력과 수자원, 교통, 데이터, 환경이 결합된 '복합 인프라'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 기반이라고 보고 있다. 국가인프라기본법 역시 흩어져 있는 인프라 정책을 국가 차원의 하나의 전략 체계로 통합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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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홍 연세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박 교수는 “AI·반도체 시대에는 물과 전력, 교통을 통합적으로 설계하는 국가 인프라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장혜원 기자

박 교수는 “국가인프라기본법은 특정 건설산업을 위한 법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위한 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도로 하나 잘 놓으면 됐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며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은 물과 전력, 송전망, 철도, 항만이 동시에 준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프라는 더 이상 개별 시설이 아니라 국가 미래를 위한 전략 자산 그 자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호남권 반도체 메가클러스터가 국가균형발전의 새로운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 교수는 “수도권은 이미 상당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광주와 전남처럼 새롭게 첨단산업을 육성하는 지역은 물과 전력, 교통망을 처음부터 통합적으로 설계해야 한다"며 “산업용수 하나만 해결한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후변화로 물 부족 위험은 앞으로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재이용수 확대와 수자원의 다원화, 상·하수도의 광역화와 분산화 연계, 치수와 이수를 통합한 하천 관리, 스마트 물관리 기술의 적극적인 도입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대한민국은 이제 AI 대전환과 반도체 경쟁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며 “앞으로 국가 경쟁력은 공장 숫자가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 경쟁력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업은 기업이 투자하지만 인프라는 국가가 준비해야 한다"며 “이제는 물과 전력, 교통, 물류, 환경, 안전을 각각 따로 계획하는 시대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통합 전략으로 설계해야 할 시대"라고 강조했다.



장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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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장혜원 기자 입니다. 건설부동산 dalgu@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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