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대규모 투자, 에너지전환과 산업혁신을 함께 담아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8.02 10:30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전 IAEE 부회장

지난 달 정부와 주요 대기업은 1천조가 넘는 대규모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로 인하여 앞으로 십 수년간 추가적인 에너지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임이 분명하다. 전력 생산 시설은 물론 전력망이 크게 모자랄 것이라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으며 정부도 여러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특히 전력화의 추진이 국민의 에너지에 대한 수요 변화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모두 해당됨을 고려한다면 정부는 충분한 탄소중립형 전력 생산 시설 및 전력망의 건설에 보다 힘을 실어야 할 것이다.


이렇듯 에너지 생산 부문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전환 작업이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나 에너지를 사용하는 산업에 대한 전환 작업은 그러나 매우 미적지근한 상태이다. 국내 산업의 에너지사용 방식에 대한 전환 노력은 1990년대에 에너지 다소비 산업에 대한 조정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하였다. 하지만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부도 기업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에너지 다소비 산업만의 변화가 아니고 제조업, 나아가서 산업 전체에 대한 에너지 사용방식의 혁신과 건물, 도로 등의 인프라 건설과정에 대한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력 등 에너지 생산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은 전체 온실가스 감축 중 정부 주도로 전환을 진행하기가 가장 쉬운 부분일 뿐이지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보면 바로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인 제조업, 그리고 교통과 주거 부문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이후 경공업을 지나 중화학공업의 육성을 통하여 현재의 경제성장과 선진국 진입을 이룬 우리나라는 현재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강국이며 GDP의 대부분이 제조업의 수출이 차지하고 있다. 그 덕분에 국내 에너지사용량의 절반 이상이 제조업에서 소비되고 있다. 또한 전기는 국내 에너지사용량의 22% 수준이며 나머지 80% 정도가 동력과 열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하니 발전시설의 전환만으로는 탄소중립은 어림도 없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의 에너지전환정책은 화석연료를 직접 사용하는 설비 대신 전기를 사용하는 설비로 바꾸고 전기의 생산 방법을 이른바 '탄소중립발전'으로 전환하는 두 가지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제조업의 생산 장비를 전기를 사용하는 새로운 장비 또는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장비와 시설로 대체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여기에는 엄청난 자본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중화학공업의 특성상 필요한 자본투자의 규모가 매우 크다. 또한 이 과정에서 필요한 원자재 역시 변화하여야 하는데 이들이 공급망 재편 과정 역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경제를 받치고 있는 중화학공업의 전통적인 제조 프로세스를 새로운 방식으로 바꾸는데 드는 비용을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이다. 철강산업이 노력 중인 수소환원공법, 시멘트산업의 재활용열 사용, 건설산업과 조선산업의 중방비 및 선박의 전기화 노력 등이 일부 사례이다. 대기업도 그러하니 중소·중견기업이 사용하는 기기와 생산설비에 대한 에너지사용 전환과정은 더욱 더 어려움이 크다. 자본투자의 규모가 엄청나지만 당장에 시장이 충분히 크다고 보장되어 있지도 못하니 선뜻 나사서 큰 돈을 투자하기 어려운 것이다.


제품 쪽으로 가면 더욱 더 진행이 더디고 장벽이 높다. 대표적인 것이 플라스틱 제품 등 석유화학산업의 제품들이다. 이들은 그 원료가 석유인지라 제조 과정의 프로세스의 전환 정도가 아니고 원료 자체를 대체하지 않으면 전환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국민들 역시 생활 전반에 걸쳐 석유화학산업이 만든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이들 제품에 대한 대체 상품의 개발 또는 사용의 전환 노력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전 세계가 AI 등 새로운 산업 혁명에 맞추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산업은 아직도 20세기에 머물러 있다. 정부와 산업계는 이번 대규모 투자계획에서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선진국이 이미 활발히 인공지능을 적용한 신규 서비스를 창출하고 로봇을 적극 활용하는 투자를 진행하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우리도 이번 대형 투자가 에너지전환은 물론 미래형 산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새로운 투자가 될 수 있도록 세밀하게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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