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공동 개입’에 엔화 가치↑
원화도 동반 강세
환율 장중 1425원까지 하락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 재부각
글로벌 자금 이동 여부 관건
“변동성 변수 될 수도”
▲3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돼있다.
미국과 일본의 공동 외환시장 개입으로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20원대 중반까지 내려왔다.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이 다소 누그러진 데다 달러 약세가 겹치면서 원화는 강세를 나타냈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순매도가 재개되면서 환율 하락 폭은 제한됐다. 시장에서는 엔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지난해 글로벌 증시를 뒤흔든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중동 긴장 완화·엔화 강세...환율 장중 1425원
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30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5.8원 오른 1429.8원에 거래됐다. 이날 환율은 1437.5원으로 출발한 뒤 장 초반 1438.6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하락세로 방향을 바꿔 오후 3시5분께 장중 저점인 1425.0원을 기록했다.
환율이 장중 1420원대 중반까지 내려온 것은 중동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된 영향이 컸다.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진정되는 흐름이 나타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약해졌고, 이에 따라 달러 매수세도 한풀 꺾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1년간 원·달러 환율 추이.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주말 예정됐던 대이란 군사 작전을 전격 취소한 데 이어 호르무즈 해협 개방 문제와 관련해 이란과 일정 부분 합의에 접근했음을 시사했다. 또 미국 시간 기준 3일 이란과 후속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시장의 위험회피 심리가 완화됐다.
여기에 미국과 일본이 외환시장에 공동 개입한 사실이 공식 확인되면서 엔화 가치가 상승한 점도 달러 약세를 부추겼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지난달 31일 양국이 함께 엔화 매수 개입을 실시했다고 발표했고,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미국 재무부가 일본 재무성과 일본은행과 긴밀히 공조하고 있으며 필요하면 추가 공동 개입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공조는 15년 만에 이뤄진 미·일 공동 외환시장 개입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시장에서 직접 엔화를 사들였고, 미국은 뉴욕 연방준비은행을 통해 유로화를 매도하고 엔화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들은 한국 외환당국도 지난달 30일 일본과 같은 시점에 달러 매도에 나서는 방식으로 시장 안정에 힘을 보탰다고 보도했다.
◇ 시장 흔들 변수는 '엔캐리'...글로벌 증시 변수 부상
엔화 강세는 환율에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지만 금융시장에는 또 다른 변수로 평가된다. 저금리인 엔화를 조달해 미국과 아시아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이른바 '엔캐리 트레이드'가 되돌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엔화 가치가 빠르게 오르면 투자자들이 환손실을 줄이기 위해 위험자산을 처분하고 엔화를 다시 매입하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위축될 수 있다.
스티븐 젠 유리존캐피털 최고경영자는 최근 보고서에서 엔캐리 트레이드는 평상시에는 안정적으로 유지되다가도 특정 계기를 만나면 급격히 청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1998년 10월 헤지펀드들의 대규모 엔캐리 청산으로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30엔 수준에서 112엔 안팎까지 급락했던 사례를 대표적인 위험 사례로 제시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 지폐를 들어보이고 있다.
2년 전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2024년 7월 일본은행의 예상 밖 긴축 기조와 미국 경기 둔화 우려가 동시에 불거지면서 엔·달러 환율이 152엔대에서 141엔 수준으로 급락했고, 이후 글로벌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매도가 확산되며 이른바 '8·5 블랙먼데이'가 발생했다. 당시 코스피는 하루 만에 8.77% 하락했고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12% 넘게 급락하며 1987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다만 이번에는 지난해와 같은 충격이 재연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엔캐리 규모가 과거보다 축소된 데다 시장 참가자들이 엔화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일정 부분 반영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미·일 공조가 추가 개입으로 이어질 경우 엔화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글로벌 자금 흐름과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날 외환시장에서도 달러 약세 흐름은 주요 지표에 반영됐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99.713으로 100선을 밑돌았고, 엔·달러 환율은 오후 3시30분 기준 156.672엔으로 전 거래일보다 0.44% 하락했다.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12.76원으로 22.82원 상승했다.
한편 국내 증시에서는 외국인 투자자가 다시 매도 우위로 돌아선 점이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을 제약했다. 지난달 3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7조원 넘게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이날 약 2조8264억원을 순매도하며 수급 방향을 바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