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은행, 에너지기업 악성대출 비중 올해 50% 넘어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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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인 저금리 정책이 저유가에 따른 글로벌 경제 부양 효과를 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 저유가 상황은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와 겹쳐 있고, 주요국 중앙은행이 성장 회복 과제와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압력 완화를 위해 기준금리를 더 떨어뜨릴 수 없는 상태라면서 이로 인해 저유가의 경기부양 효과가 기대했던 것만큼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이너스 금리가 저유가 혜택 막는다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모리스 옵스펠드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저성장과 함께 최근 수년간 중앙은행들이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를 포함한 저금리 때문에 저유가로 인한 혜택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유가가 오르면 물가와 기준금리도 결과적으로 상승해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며 "2014년 6월 이후 국제유가가 65% 급락했는데 세계 각국의 성장은 둔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저유가가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었던 전문가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옵스펠드와 공동 저자들은 "역설적으로, 저유가의 혜택은 유가가 어느 정도 오르고 선진국이 현재의 저금리 환경을 극복하는데 진전을 이뤘을 때야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70년대에 IMF의 경제학자들은 고유가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와 저성장)이 발생,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고 지적했다.
옵스펠드는 이런 논리가 반대로도 적용돼야 할 것이라면서 유가가 떨어지면 생산 비용이 낮아지고 고용이 늘어나며 인플레이션이 감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금리를 극한으로 낮춰 더는 금리를 인하할 수 없게 되면서 문제가 생겼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유가 하락으로 인한 저물가로 실질 금리가 오르고 수요가 억제되면서 생산과 고용의 증가도 저해되고 있다고 말했다.
◇ "유가 40달러 언저리에서 머물면 재앙"
저유가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전세계 기업과 국가의 연쇄부도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옵스펠드는 과거보다 현저히 낮은 유가 때문에 세계 전역에 기업과 국가의 연쇄 부도가 일어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며 이 때문에 구조와 금융 부문 개혁과 함께 수요 확대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결론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에너지 기업들이 재정난에 시달리면서 미국 원유업체에 대한 대출도 은행들의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웰스파고, 코메리카를 비롯해 주요 은행에서 에너지 기업에 내준 대출 가운데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있는 악성 대출의 비중이 올해 5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15년 초부터 지금까지 북미 원유·가스 생산업체 총 51개가 파산을 신청했으며, 이들이 지고 있던 채무는 총 174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파산한 에너지 기업 수에 육박한다. 2008년 9월에서 2009년 12월 사이 파산 신청한 에너지 업체는 총 62곳이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대출을 갚지 못할 기업들의 수가 175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이다.
윌리엄 스나이더 딜로이트 미국 채무 재조정부문장은 "에너지 기업의 파산이 어마어마한 자금난을 만들었다"며 올해 유가가 계속 배럴당 40달러 언저리에 머문다면 재앙적인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너지 기업들이 파산하면서 은행 대출을 갚지 못하면 은행에도 타격이 클 전망이다.
이 때문에 몇몇 주요 은행들은 에너지 부문의 대출을 팔아버리거나 갱신을 거절하고 대출 요건을 강화하는 등 자구책에 나서고 있다.
이미 미국 주요은행은 상당한 금액을 에너지 기업에 대출해주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전체 대출의 2%에 해당하는 213억 달러를, 씨티그룹은 205억 달러, 웰스파고는 170억 달러를 대출해주고 있다.
특히 오클라호마 은행은 전체 대출의 19%를 에너지기업에 내준 것으로 나타났다.
토머스 호니그 연방예금보험공사 부사장은 "원유 산업이 붕괴하는 것은 걱정하지 않는다"며 "한 차례에 그치긴 하겠지만, 은행이 도산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