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반 수크테브. 사진=안희민 |
"한국 재벌들은 옛날 방식으로 성공적으로 벌었어요. 이젠 새로운 방식으로 벌기 바랍니다."
파반 수크테브는 한국 재벌에게 애증 섞인 고언을 했다. 15년간 도이치뱅크에서 일하며 그는 세계 곳곳에 경제 문제에 관여했다. 1997~1998년 한국이 ‘IMF’로 불리는 외환위기를 겪을 때 한국 경제와 사회를 깊숙이 들여다 보기도 했다. 당시 도이치뱅크는 외환은행 매각과 구조조정에 관여했다. 그래서인지, 한국 재벌에 대해 그는 우호적인 시각도 갖고 있다.
한국 재벌은 각종 사회공헌활동으로 정부의 손길이 미처 닿지 않는 복지 사각지대를 책임지고 있다. 재벌의 사회공헌은 활발하고 왕성하지만 금액이나 통계에 환산되지 않는 부문이 많다. "한국 정부가 재벌이 쉽게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너무 혜택(레버리지)을 주지 않아야 재벌이 건강해질 것입니다. 혜택은 한국 재벌들이 녹색성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유도할 때 고려할 사항이죠."
수크테브는 녹색성장이 지속가능하려면 기업의 정책 결정자들을 설득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봤다. 도이치뱅크에 근무하며 유엔환경계획(UNEP) 특별자문관과 녹색경제 이니셔티브 총괄책임자로 일한 그로선 당연히 내릴 수 있는 판단이다. 기업 정책결정자들을 설득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보고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기존 산업에서 힘을 받던 부분 외에도 환경경영, 에너지효율과 진단 부서의 보고 라인을 확보하고 힘을 실어주면 기업 정책결정자들도 녹색성장에 대한 중요성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정부가 세제 개혁을 통해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녹색성장에 나서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어 자원 사용이나 온실가스 배출하는 기업이 많은 세금을 물도록 세제를 개편해야 한다. 그는 정부가 에너지 믹스를 녹색성장에 맞게 구성하고 탄소가격제도 등을 도입하는 방안을 구체적인 실례로 제시했다.
파이낸스 레버리지를 주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들이 정부의 보조를 받아 쉽게 경영활동을 전개한다면 쉽게 망하기도 한다는 것이 수크테브의 기본 시각이다. 그는 "파이낸스 레버리지를 폐지하면 당장 기업경영 비용이 늘어나겠지만 거품이 빠질 것"이라며 "낮은 레버리지가 낮은 부실을 가져오기 때문에 선순환 구조 마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현재 고등학생, 대학생인 밀레니엄 세대에게 녹색성장에 대한 홍보를 집중적으로 기업이 수행해야 한다고 봤다. 특히 한국 기업은 기업과 기업 간 거래가 많아 밀레니엄 세대에게 등한시 하는 경향이 있는데 밀레니엄 세대는 기후변화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 시대를 살고 있는 만큼 이들의 구매력을 확보하려면 녹색성장을 담은 광고를 밀레니엄 세대를 대상으로 할 필요가 있다.
파반 수크테브는 이런 내용을 최근 펴낸 저서 <2020 새로운 기업이 온다>에 담았다. 부제는 ‘지속가능한 기업의 4가지 조건’이다. 6일 그는 제주에서 개최된 GGGW에서 출판기념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2020 새로운 기업이 온다>는 한국 이외에 독일, 브라질, 콜롬비아 등 6개국에서 출간됐다. 수크테브느 녹색성장을 집대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1년 완성한 ‘녹색경제 보고서’는 환경적으로 건강한 개인이 성장의 장애물이 아니라 만연한 빈곤에 대응하는 부를 증가시키고 고용을 창출하는 신동력이란 사실을 경제학적으로 증명했다.
또한 2008년부터 진행 중인 생태계와 생물 다양성의 경제학 프로젝트는 생태계 서비스와 생물 다양성이 지닌 경제적 편익을 공공, 민간 부문에 걸쳐 측정해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의사 결정자들이 자연의 가치를 의사결정 과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제주시=에너지경제신문 안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