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경고’ 박살난 생태계…폭염, 혹한에 자연재해까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6.12.21 11:52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올 한 해 지구는 끝없는 경고를 보냈지만 전세계적으로 포퓰리즘이 득세하면서 위기가 점차 심화되는 모습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동남아시아는 44.6도를 넘는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에 시달렸고, 인도와 이라크도 낮 최고 기온이 각각 51도, 53도까지 올랐다. 7월 미국에서는 전국 48개 주의 기온이 32도를 넘어서는 등 20년 만에 처음 관측되는 이상고온이 이어졌다.

매달 전 세계 평균 기온은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과 국립항공우주국(NASA) 등의 관측 이래 사상 최고 행진을 이어갔다. 이대로라면 올해는 136년 만에 가장 더운 해로 기억됐던 지난해의 기록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그보다 앞서 연초에는 그말로 역대급 한파를 겪었다. 미국 동부지역을 마비시킨 폭설로 최소 20여 명이 사망했고, 아시아 지역에서도 폭설과 혹한에 피해가 발생했다. 동유럽과 러시아에도 살인적인 추위가 덮쳤다. 제트기류가 북극에 가두고 있던 냉기 ‘폴라 보텍스(polar vortex)’가 지구온난화로 남하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뉴욕시 면적의 두 배 이상을 집어삼킨 캐나다 앨버타 주의 산불이나 35년 만에 닥친 프랑스 파리 대홍수, 10월 미국 동남부를 공포로 몰아 넣은 ‘괴물’ 허리케인 매슈 등은 모두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의 산물이다.

미국 럿거스대 로버트 코프 교수 연구팀은 지난 100년 간의 해수면 상승이 2800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라고 지적했다. 지금만큼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면 2100년에는 해수면이 3~4인치(약7.62~10.16cm) 더 높아져 세계 각국의 해안 도시가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다.

북극의 얼음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감소했다는 것은 예삿일이 됐다.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는 올해 들어 북극 얼음 면적이 최대 1452만㎢를 넘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해에 비해 1만2950㎢ 감소한 양이다. 지난 30년간 평균치보다는 무려 110만 ㎢ 작은 면적이다. NASA 역시 올해 북극 빙하의 양이 측정을 시작한 1970년대 후반 이래 4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알렸다.

생태계는 박살날 전망이다. 북극해의 2015년 연간 해조류 생산량은 1997년에 비해 47% 상승했다. 북극곰 개체수가 향후 35년 내 3분의 1 정도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기후변화에 민감한 생물이 고산지역으로 이동하고,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멸종되는 종(種)이 많아 향후 생물 다양성이 줄어들 것은 불보듯 뻔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독일 포츠담 기후충격연구소의 스테판 람스토르프 교수는 "지금 우리는 일종의 기후비상사태에 놓여 있다"며 "완전히 전례없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기상학자 에릭 홀트하우스는 "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 무서운 상황"이라고, 프린스턴 대학의 기후학자 마이클 오펜하이머는 "기후 변화가 진행될수록 폭우와 홍수는 어떤 ‘새로운 표준(new normal)’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를 사기라고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은 지구의 위기를 가속화시켰다.

지구의 위기는 트럼프가 끝이 아니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전 세계적으로 반체제, 반 기득권 주의 포퓰리즘이 활기를 띠면서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파리협정을 훼방놓을 조짐이 관측되고 있다.

영국 극우주의 정당 영국독립당(UKIP)의 나이절 패라지 대표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운동을 "인류 역사상 가장 어리석고 멍청한 집단적 오해"라고 주장하며 재생 가능한 에너지 개발 등의 기술이 경제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본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강력하게 주장해 온 UKIP가 지난 6월 국민투표 이후 정부 정책 수립에 더욱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만큼 기후변화에 크나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프랑스의 극우 정당 국민전선(NF) 역시 마찬가지다. 지구온난화가 인간의 활동 때문이라는 점을 의심하면서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전 지구 차원의 시스템보다 개별 국가의 대처를 강조한다. 마린 르펜 대표는 트럼프의 당선과 꾸준한 지지율 상승에 힘입어 내년 4월 대선 출마를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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