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수도권매립지공사(SL공사) 사장
[EE칼럼] 기후변화 위기를 기회로 바꾸자▲이재현 수도권매립지공사(SL공사) 사장 |
세계에서 가장 덥고 건조한 곳 중 하나인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 37년 만에 눈이 내렸다. 붉은 모래 위에 새하얀 눈이 덮여있는 사진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종의 적신호다. 이상기후변화가 일어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2015년 세계 각국은 이런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제21차 당사국총회에서 지구온도 상승을 2℃ 이하로 유지하고 1.5℃까지 제한하는 ‘파리협정’을 채택했다.
또한 2016년 10월5일 비준 조건에 따라 최소 55개국 이상, 온실가스 배출량 총합이 55% 이상이란 조건을 충족시켜 11월4일 파리협정이 발효됐다. 이에 따라 공식적으로 비준하지 않은 국가라 할지라도 모두 파리협정에 대한 의무를 져야 하는 상황이 됐다. 우리나라도 이런 국제 흐름에 동참해 11월3일 파리협정을 비준했고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온실가스 감축이란 국가 목표를 설정해 노력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과 병행해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한 제한 요소는 사실상 에너지 다소비 업체로 돌아간다. 산업적 필요와 온실가스 감축이 상당 부분 배치되기에 온실가스 감축은 업체들에게 추가적인 규제요소가 될 뿐만 아니라 또 하나의 위기로 생각하기 쉽다. 이런 부담감은 온실가스 감축이란 생소함이 가져다 준 결과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산업계 일각에선 온실가스 감축이 산업 발전을 방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나는 기후변화 대응은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며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체질 개선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의무에 따른 규제 시장이 아닌 또 다른 에너지원을 찾고 효율적인 운영을 통해 운영비를 줄이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의 시장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감축은 알고 보면 그리 어렵지 않다. 그동안 대부분의 업체가 연료비 전기료 등 운영비 절감을 위해 추진해온 공정 효율화나 효과적 운전 등이 모두 온실가스 감축 방안이다. 그리고 폐열 등 버려지던 에너지를 회수해 에너지로 재활용하거나 폐기물을 이용해 에너지화함으로써 화석연료 사용을 감소시키는 것도 온실가스 감축 방안 중 하나다. 정부에서 많은 지원을 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사업은 말할 것도 없다.
내가 근무하는 수도권매립지공사(SL공사)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진력하고 있다. 고유 목적인 폐기물의 안정적 처리는 물론 한 발 더 나아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폐기물 에너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포집해 50MW급 발전소의 연료로 활용하는 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이를 통해 SL공사는 매년 1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이 사업은 2007년 UN기후변화협약(UNFCCC)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으로 등록돼 매년 약 80만CO2톤 이상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있다. 이는 국내 폐기물 분야 첫 번째 CDM 사업이자 전세계 폐기물 분야로 등록된 CDM 사업 중 최대 규모다. 또한 최근에는 CDM 사업을 통해 확보한 UN탄소배출권을 국내 탄소시장에 거래해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다시 온실가스 감축 사업의 재원으로 활용함으로써 추가적인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추진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을 선도하고 있다.
‘파리협정’이 발효됨에 따라 이제 기후변화에 지속적으로 대응해야만 하는 거버넌스 구축이 필수적인 상황이 됐다. 즉 계속해서 온실가스를 줄여야만 하고 이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개별 국가가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모두 이행해도 지구 온도 상승 2℃ 이하 목표 달성 여부는 미지수이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선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하고 산업계는 물론 국민 모두가 동참할 수 있는 올바른 정책 수립이 우선이다. 이를 위해 정부, 지자체, 산업계, 학계가 협업해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기후변화 대응책 마련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물론 지금 당장 완벽한 기후변화 방지를 이뤄낼 수는 없을지라도 이런 노력들이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