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바이오매스 발전소. |
[에너지경제신문 안희민 기자] 중소바이오매스 발전사업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조짐이다. 폐목재를 발전연료로 사용할 경우 3등급 폐목재만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이 이번 정책을 세운 데는 물질 재활용을 늘리고 있는 세계적 추세를 반영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폐목재를 물질 또는 연료로 재활용할 때 최적점이 어디인지를 가늠하기는 어렵다. 논란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폐목재 활용을 둘러싼 갈등은 연혁이 꽤 길다. 한국목재재활용협회는 2008년 폐목재 재활용 관련 개정안에 대해 "폐목재의 소각, 매립, 혼합배출 행위를 규제하고 배출자의 재활용 의무제 도입을 추가해야 한다", "폐목재 고형연료 제품에 대한 품질, 등급기준을 새롭게 규정해 유통 실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2014년에는 환경부, 산업부, 학계, 발전사업자, 목재물질재활용 사업자가 참여한 ‘목재자원의 물질순환, 에너지 이용 활성화 방안’ 토론회를 견인하고, 2015년에는 "산업부가 지원하지 않는 목재를 연료로 사용한 발전소가 정부 지원금을 탔다"는 폭로성 논평을 내놔 일파만파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움직임은 에너지공단이 3등급 목재만 정부지원금을 주겠다는 방침을 정하는데 영향을 끼쳤다. 에너지공단 관계자는 폐목재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중소바이오매스발전 업계와 목재재활용협회가 서로 첨예하게 부딪히는 양상"이라며 "에너지공단은 이해집단 사이에서 운신의 폭이 좁을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에너지공단 기댄 규정은 무엇? = 환경부는 2016년 2월5일 ‘폐목재의 분류 및 재활용 기준’이란 고시를 냈다. 이 고시 3조는 폐목재를 오염 정도에 따라 총 3등급으로 나누고, 4조는 가장 오염이 심한 3등급 폐목재는 연료로만 사용할 수 있게 규정했다. 산업부는 불과 2주 뒤 환경부 고시를 참고해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 및 연료 혼합의무화제도 관리운영지침’을 발표했다.
이 고시의 별표 2의 10은 "목질계 바이오매스발전이 1등급 목재와 간벌재를 사용할 경우 공급인증서 발급 가중치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뒤 별표 2의 9에서 "연료로 인정되는 세부사항은 공급인증기관의 장이 정하는 세부 기준을 따른다"고 적었다. 에너지공단은 11월2일 바이오매스 발전사업자를 향해 "3등급 목재를 쓸 경우에만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적용한다"고 공언했다.
그 근거로는 환경부-산업부 고시를 들었다. 그러나 이런 결정은 에너지공단 혼자 결정한 일이다. 에너지공단 관계자는 "환경부고시에 따르면 1, 2, 3등급 목재를 연료로 쓸 수 있지만 에너지공단은 3등급에만 공급인증서(REC)를 주겠다고 공언했는데, 맞냐?"고 묻자 "그렇다"고 대답했다. 에너지공단이 관련 법령의 유권해석 기관이기 때문에 이런 방침이 위법한 건 아니다.
또한 파리협약 발효 이후 온실가스 감축이 글로벌 의제로 자리매김 하기 때문에 에너지공단이 ‘환경’을 내세운 건 국제 추세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에너지공 관계자는 "발전사가 발전을 해서 이익을 내는 것만 최우선 가치가 아니다. 이제는 여러 가치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선택지가 필요하다"며 공익 추구에 대한 고민의 일단을 내비쳤다.
에너지공단이 직면한 저항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폐목재재활용협회는 에너지공단이 행정편의주의에 빠졌다고 꼬집었다. 폐목재재활용협회 관계자는 "RPS가 시행된 이후 바이오매스발전소 수가 늘어난 상황에서 3등급 목재에만 REC 가중치를 부여하겠다는 입장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며 "관리가 용이하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낸 것에 불과하고, 더구나 이런 조치는 명백히 상위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정책 저항은 에너지공단 주장대로 이해 관계자의 아전인수적 태도 때문만은 아니다. 반발이 예측됐는데도 법령과 고시, 지침에 어긋나지 않으면 그만이란 무사안일 사고가 극렬한 반발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에너지공단이 선의의 정책을 펼쳤지만 결과는 부정적으로 피드백 되고 있다. 즉 폐목재 재활용률을 높여 환경 보호와 기후변화 대응, 온실가스 감축이란 대의명분에 충실하지만 연료로 사용되는 3등급 목재의 품귀 현상을 빚어 상대적으로 경영상태가 취약한 중소바이오매스 발전사업자에게 해악이 되는 것이다"고 분석한다.
▶폐목재 물질재활용과 연료 최적점 분석 없어 = 물질이든 연료든 폐목재 재활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방적 주장만 있지 중소바이오매스 발전사업자와 한국목재재활용협회, 폐목재재활용협회 등 이해관계자 모두를 포괄할 수 있는 지점은 애매모호하다. 에너지공단은 물론 환경부도 폐목재 물질재활용과 연료의 비율이 어느 수준을 유지할 때 사회후생에 도움이 되는지 알지 못했다.
국내외 논문과 학술지를 검색할 수 있는 RISS에도 관련 논문이나 분석자료를 찾을 수 없다. 결국 뚜렷한 근거 없이 대의명분만 내세워 정책을 추진하니 극렬한 반발이 벌어지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에너지공단이 3등급 목재에만 정부지원금을 주겠다는 방침은 어디에도 근거가 없다"며 "근거가 없다면 국민 위에 군림하는 행정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그는 이어 "사회 수준이 향상돼 대화와 설득이 통하는 시대가 됐다"며 "에너지공단이 정부 지원을 3등급 목재에만 국한할 경우 근거 없이 권력을 휘둘렀다는 명목으로 행정소송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책을 시행하려면 보다 면밀한 연구와 근거를 갖춰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