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계 "안전 문제 없어…중단시 협력업체 등 수조원 손실 " 우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시 수조원 대의 손실이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신고리 5호기 현 공사 현장 모습 |
[에너지경제신문 천근영 기자] 신고리 5·6호기 건설 여부가 원자력은 물론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23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작년 경주지진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과 원전 안전강화 촉구결의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탈핵단체 등과 함께 ‘신고리5·6호기 건설 중단 100만명 서명운동’에 돌입한 상황이다.
민주당 측은 "정부와 한수원은 활성단층이 산재한 부산 울산 경남지역에 짓고 있는 신고리 5·6호기를 비롯한 신규원전 건설계획을 잠정 중단하고, 안전성 조사를 즉각 실시해야 한다"며 "다수호기 안전성 평가와 다수호기 전력계통 신뢰도 평가, 중대 사고를 반영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를 모든 가동원전에 대해 즉각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와 한수원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전에 다수호기 안전성 평가와 부지 안전성 평가를 충분히 실시한 만큼 경주 지진에 따른 추가 안전성 평가는 건설과 동시에 진행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중단될 경우 신한울 1∼4호기는 물론 영덕 천지 1·2호기 등 신규 원전에 영향을 끼칠 것은 불 보듯 뻔하고,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원전 신설 부문계획까지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한수원은 현재 신고리 5·6호기뿐만 아니라 신한울 1·2호기를 건설하고 있고, 신한울 3·4호기, 영덕 1·2호기, 신규 2기 등 6기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총 사업비 8조6000억원이 투입, 2022년 준공 예정인 신고리 5·6호기는 2009년 건설계획 확정 이후 7년 만인 작년 건설허가가 나와 착공에 들어간 상태다. 현재 공정률은 약 23%로, 설계는 75%, 기자재 구매는 40%, 시공은 6%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 한 관계자는 "이미 1조2000억원 이상이 투입된 신고리 5·6호기 계약을 해지할 경우 1조원이 넘는 손실이 불가피하고, 그 과정에서 기자재, 종합설계, 시공사의 하도급사와 협력사 500여개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건설이 중단돼 준공이 3년 정도 지연될 경우에도 추가비용만 9000억원 가량 증가하는 등 수조원 대의 손실은 막을 길이 없다"고 우려했다.
원자력계는 현재 진행 중인 본관 기초굴착공사는 방사능 관련 사항이 없어 지질 단층 조사와 건설을 병행하더라도 안전성에 전혀 영향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고리 5·6호기는 반경 320km 광역조사와 8km 정밀조사를 시행한 결과 부지 안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활동성 단층이 확인되지 않았고, 지질조사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활동성 단층이 확인될 경우에도 충분히 보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원자력 전문가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하거나 지연될 경우 원전정책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며 "어수선한 정국을 틈탄 반원전 포퓰리즘이 만연한 상황에서 국가 에너지정책이 뿌리째 흔들려서는 안되는 데 걱정"이라고 했다. 다른 전문가 역시 "신고리 5·6호기의 안전성 여부는 운영허가 단계에서 다시 (전문기관인) 원안위가 평가하기 때문에 거기에 맡기면 될 것"이라며 "다수호기 안전성 평가도 건설허가시 이미 실시했고, 국제적으로 연구단계인 확률론적 안전성 평가는 규제기준 도입 후 실시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