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소장.(사진=나유라 기자) |
"은퇴 이후 창업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해요. 은퇴 이후에는 가능한 어렵고 길이 좁은 기술을 배워야 남들보다 한 발 더 앞서갈 수 있어요. 또 은퇴한 사람들이 가장 배워야 할 필수 과목이 바로 윤리에요. 우리가 청소년기 들어갈 때 규범이나 사회제도를 배우듯이 은퇴한 분들도 기술과 함께 윤리를 배워야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이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요즘을 흔히 100세 시대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100세까지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게다가 최근 미국 트럼프 신정부 출범,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우리나라 조기 대선 등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어 100세 시대를 평안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어느 곳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지 막막하기만 하다.
최근 서울 종로구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만난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소장은 "글로벌 정치, 경제적 이벤트에 신경쓰지 말고 나 자신에 신경써라"고 강조했다. 불확실성 시대에 가장 중요한 투자 1순위는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그는 "글로벌하게 신경쓸 필요 없다. 은퇴를 앞두고 있다면 남은 기간 내가 뭘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최대한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며 "내가 튼튼하면 세계 경제가 어떻게 되든 괜찮다"고 밝혔다.
그는 2013년 1월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소장을 맡은 이후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수천번의 강의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정년 퇴임 이후 사회적 박탈감을 느끼며 수년간 집에만 있다가 허송세월을 보내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은퇴는 새로운 시작"이라며 "현 은퇴세대인 베이비부머 1세대들은 후손들을 위한 길을 만들어야 한다. 과거 선배들이 은퇴하고 난 이후에 했던 일들을 보고 배우면 안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은퇴 직후에는 자신이 갖고 있는 자본을 잘 활용하고, 합리적인 소비 지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은퇴 후 3년 정도는 여유를 갖고 전문성도 찾고, 자신의 적성을 찾으면서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최소 20~30년은 일을 해야 하는 만큼 3년 동안에는 여유를 갖고 나 자신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100세 시대의 첫 걸음은 연금과 기술이다. 지금부터라도 연금과 기술을 잘 준비한다면 50~60대가 되어서도 제 2의 인생을 준비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 소장은 "독일 등 노후에 연금제도가 잘 갖춰진 나라들은 은퇴 이후 창업에 뛰어드는 일도 드물다"며 "소득이 없다는 사실에 불안감을 느끼는 이들이 치킨집, 편의점 등에 뛰어들고, 폐점하고, 다시 창업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사람과 차별화된, 나만의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며 "돈이 아무리 적어도 연금은 무조건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요즘의 어린 아이들이 책과 공부에만 빠져 손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접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손으로 하는 일을 좋아한다"며 "빌게이츠도 만드는 걸 좋아했고 유대인들도 어렸을때부터 손으로 하는 기술을 배우도록 했다. 스피노자는 자신의 신념을 굳건히 지키면서 렌즈 깎는 기술 하나로 평생을 먹고 살았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그러나 최근 부모들은 애를 낳으면 무조건 책만 보게하고, 공부만 시킨다"며 "기술에는 언어도, 국경도 없는 만큼 어렸을때부터 이를 잘 갈고 닦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10대 자녀들이 100세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그는 "지금의 10대가 향후 접하게 될 세상은 그간의 것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며 "부모은 자신이 갖고 이던 고정관념, 이전에 성공했던 걸 너무 고집하지 말고 자녀들이 폭넓은 세상을 접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밝혔다.
20~30대는 자신이 자본가라는 생각으로 주식, ETF 등을 통해 미래 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부동산 투자로 누구나 돈 버는 시기는 지났다. 부동산, 예금 비중을 줄이고 주식, 펀드 등 장기자산 비중을 늘려야 한다"며 "특히 주식은 단기자산이 아닌 장기자산이다. 시간을 인내하는 사람들에게 돈은 이동한다는 점을 유념하면서 적어도 5~10년 정도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물론 주식은 종목 선정부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그럴 때는 펀드, ETF를 통해 산업이나 시장을 조금 사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젊은이들은 헬스케어, 인공지능 관련 종목에 대한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 발달이 향후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올 때, 평균수명 증가로 앞으로의 미래가 걱정될 때도 헬스케어나 인공지능 관련 자산 가치는 더 높아진다는 의미다. 그는 "미래산업에 투자하는 것만으로 노동자가 아닌 소액 자본가가 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들고 있어야 한다는 원칙 하에 꾸준히 모니터링하며 회사 운용 시스템 등에 문제가 생기면 갈아타야 한다"고 말했다.
30대 중후반부터는 자신의 직업과 전문성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 김 소장은 "앞으로 10~20년이 지나면 직업의 개념이 달라질 것"이라며 "30대는 지금 내가 다니는 곳이 평생직장이라는 생각보다는 내가 갖고 있는 직업과 전문성에 대해 항상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40대는 직업도 안정적이고, 소득도 가장 많은 시기다. 이런 때일수록 소비, 지출을 잘 조절하면서 나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40대에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방식으로 나 자신을 업그레이드 해 놓으면 50~60대에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며 "50대는 합리적인 소비·지출을, 60대는 앞으로의 20년을 준비한다는 생각으로 여유를 갖고 보다 많은 것을 접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100세 시대를 맞이해 정부가 개선해야 할 사안으로 '은퇴자를 위한 커리큘럼'과 '젊은이-고령자 간 분업화' 이 두가지를 꼽았다. 김 소장은 "고등학교만 해도 어떤 걸 가르쳐야 한다는 커리큘럼이 있는데, 노후 세대는 체계적인 커리큘럼이 사라지고 없다. 직업교육은 많지만, 중구난방격으로 흩어져 있어 단순 취미 습득에 그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말했다. 그는 "인생 후반전을 위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것들, 고령자들이 가져야 할 윤리·행동 규범 등에 대해 국가와 민간기구가 협력해 표준을 만들고, 이를 중심으로 교육시켜야 한다"며 "대학교에 필수과목과 선택과목이 있듯이 퇴직한 사람들도 자기 자신에게 맞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정부는 세대간 분업에 대해서도 연구해야 한다"며 "고령자들은 색칠 등 단순한 업무를 잘 한다거나 이런 특장점을 발굴해 고령자와 젊은이들이 분업해서 함께 일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 나유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