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조달러' 인프라정책 뚜껑 열어보니 … '친환경'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02.02 15:16

6개 프로젝트서 9GW 풍력발전 설치로 5개 석탄발전소 폐지 효과

Panama Renewable Energy

▲(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기후변화는 사기, 재생에너지 효율성 의문, 화석연료 산업 규제 전면 폐기." 

재생에너지 지지자를 공포 속에 밀어넣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언들이 취임 2주도 지나지 않아 빠르게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키스톤XL, 다코타 송유관 건설 작업을 재승인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두 송유관은 수질오염과 원주민 성지(聖地) 침탈 문제로 오바마 정부 당시 중단된 상태였다. 

북극해 시추 영구금지 법안도 트럼프의 행정명령으로 무위로 돌렸다. 이 법안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1953년 제정된 ‘외각 대륙붕 이용에 관한 법’에 근거해 추가 시추를 금지한 만큼, 소급해 법을 폐기하지 않는 한 조치를 무효화할 수 없다고 전망됐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1주일도 지나지 않아 무효화했다. 

환경보호청장과 내무부 장관이 이달 공식 업무를 시작하면 반환경 움직임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면밀히 살펴보면 재생에너지 육성책도 다수 담겨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정부의 청정전력계획(CPP)을 후퇴시키고, 풍력·태양광을 지우고 석탄·석유에 집중할 것이란 예상을 뒤엎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말 발표한 ‘긴급투자 우선순위 목록: 긴급&국가 안보 프로젝트’에는 고속도로, 교량, 송전선, 공항 등 50개 인프라 건설 내용이 담겨있다. 이들 계획은 각 주들과 협의된 약 300개의 프로젝트 중 투자계획과 자원조달이 실제 진행되고 있어 우선적으로 시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들이다. 50개 프로젝트 중 8개의 에너지 관련 계획은 일부 수력발전을 제외하고 석탄, 원전, 천연가스 발전 등에 관련된 것은 없다. 




◇9프로젝트

‘플레인스 동부 송전망’은 풍력송전망 건설 프로젝트로, 25억달러가 투입됐다. 완공 시 오클라호마 주에서 4기가와트의 풍력을 700마일 떨어진 남동부로 직접 송출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원인 풍력발전을 통해 생산된 전기를 남동부 지역까지 직접 송출한다는 점에서 재생에너지 사용범위확대의 의미를 갖는다.

◇16프로젝트

‘트랜스웨스트 익스프레스’는 30억 달러 규모의 송전망 프로젝트다. 풍력 3기가와트 용량의 송전망을 와이오밍 주~아리조나·캘리포니아·네바다 주 경로로 건설할 방침이다. 이미 허가 완료 단계에 이른 상태로, 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보급확대와 3000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전망이다.

◇17프로젝트

‘초크체리 & 시에라 마드레 와이오밍 풍력발전소’ 건설 사업이다. 1000개의 풍력 터빈이 설치될 예정이다. 총 50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되며, 미 내무부 산하 토지관리국은 지난달 500개의 터빈 설치를 승인했다. 건설사 측은 1000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21프로젝트

‘챔플레인 허드슨 전력 익스프레스’에는 22억 달러가 투입된다. 1기가와트 규모의 수력 발전 전력을 퀘벡주에서 뉴욕주까지 끌어오는 송전망 건설 프로젝트다. 정부가 뉴욕주에 위치한 원전 가동을 2021년까지 완전 중단하기로 한 가운데, 이를 대체하기 위해 추진됐다.

◇12프로젝트

미 육군 공병대가 운영하는 20기가와트 규모 수력발전소의 효율성 발전용량 개선 사업이다. 550개의 직접적인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9프로젝트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과 전력망 현대화 사업이다. GTM리서치는 2021년까지 ESS 산업이 8배(2.1기가와트)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6개 프로젝트를 종합해봤을 때, 미 송전망에 총 9기가와트의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더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대략 500만 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양으로, 5기의 석탄발전소를 폐기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소버린자산운용의 전력산업 휴 윈과 에릭 셀몬 애널리스트는 에너지 프로젝트를 분석하고 "목록에 있는 프로젝트 대부분이 연방정부에 자금조달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지원할 것인지 구체적인 언급을 한 적이 없었지만, 건설사 측은 연방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트럼프의 50개 긴급 인프라 프로젝트에 재생에너지 관련 프로젝트들이 대거 포함된 반면, 화석연료 관련 투자가 없는 것은 화석연료 관련 프로젝트들이 일자리를 창출할 능력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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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초 기준 미국 태양광업계는 석유 가스 석탄 산업에 비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태양광 산업이 고용률 6% 성장을 기록하는 사이, 석유 가스 업스트림 분야에서 18%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표=국제 재생에너지 기구/블룸버그)

실제로 2016년 초 기준 미국의 석탄산업의 고용인원이 풍력·태양광 고용인원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 프로젝트들이 미 전력망에 들어오면 시장에서 석탄이 설 자리는 더욱 줄어든다. 여기에 재생에너지 발전단가 하락으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면 점유율은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 

국내 업계 전문가는 "재생에너지원들의 발전단가 하락이 가속화되고 있어, 화석연료 에너지원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며 "경제성을 갖추지 못한 에너지원에 대한 투자에 돈이 모일 가능성이 낮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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