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특별기고] 월성원전 1호기 계속운전 취소 ‘유감’▲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
납득되지 않는다. 첫째, ‘변경내용 비교표’가 제출되지 않았을 리 없다. 제출되지 않았다는 것은 제출된 서류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해석상의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면 제출하라고 하면 될 일이지 허가 취소를 판결할 이유는 없다.
둘째, 전결이란 기관의 효율적 운영을 위하여 사소한 사항에 대해서는 실무진에서 최종 처리를 하라는 뜻이다. 이는 원안위의 위임전결규정에 따라서 처리되었을 것이며 또 이미 계속운전이 결정되었고 같은 맥락으로 처리된 일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
셋째, 원자력안전위원의 선정과 같은 국회가 주시하는 첨예한 사안에 대해서 원안위가 규정을 어겼을 리 없다. 최근에도 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하였다는 이유로 위원을 탈락시킨 사례도 있다.
넷째 재판부가 말하는 안전규정은 R-7, 8, 9 규정인데, 이는 인터넷에 공개된 문건이다. ‘R-7 containment’로 검색하면 열람이 가능하다. 이 규정의 3쪽에는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다. ‘이 규정은 1981년 1월 이후에 건설 허가된 원자로에 적용된다(These documents apply to reactors licensed for construction after January 1981)’. 월성1호기는 1983년에 준공되었으니 이 규정에 적용되어야 할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면 이 규정에는 completed(준공된)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것이다. 원전건설에는 대략 10여년이 소요된다. 따라서 착공 시점과 준공 시점의 규정이 다르다. 그래서 규정의 적용일자(Cut-off date)를 정하는 것이다. 월성1호기는 1981년 1월 이전에 건설허가(licensed for construction) 되었다. 상식적으로 보아도 이미 설계가 완성되어 건설 중인 원전에 대해서 갑자기 규정이 바뀌었으니 여기 맞추라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일이지 않은가?
또한 이 규정에서 1981년 1월 이전에 건설된 원전을 적용에서 배제한 이유도 알 필요가 있다. 원전의 안전규제 철학이 이 시점을 기준으로 개별원전의 위험도 관리에서 총량관리로 전환이 된 것이다. 원전산업의 초기에 원전의 위험도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겪게 되는 위험도의 1/1000 수준으로 설계되었다. 그런데 가동원전이 10기로 늘어나면 이 수치가 1/100 늘어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을 예견하고 이 시점 이후에는 원전의 위험도를 1/10,000로 설계함으로써 추가건설로 인하여 위험도 총량의 상승을 억제한 것이다. 이전에 건설된 원전도 바뀐 규정을 적용한다면 더욱 안전해지겠지만 기왕의 위험도 총량이 달라지지 않으니 적용에서 배제한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저런 단서를 적을 이유가 없다.
이번 법원의 판단은 기술적인 판단은 아니고 절차상의 문제 적시한 것이고 이 또한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만약 자신이 있었다면 ‘무효’라는 판단을 하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장 월성1호기의 가동은 중단시켜야 한다. 그러나 행정청에 ‘취소’를 명령한 것은 한 번 더 보라는 뜻이다. 어떻게 보면 세 번의 판결을 하게 되는 3심 제도를 신중히 구사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판결이 향후의 다른 국책사업에도 미칠 영향을 고려한다면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아무튼 지금 카나다에는 월성1호기의 참조노형인 포인트레프로 원전이 여전히 계속운전 중이고 2037년까지 계속운전을 준비 중이라니 이런 법원의 판단은 조만간 바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