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 전 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장
[EE칼럼] 원자력업계는 궤변을 거둬라▲이성호 전 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장 |
최근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경주지진, 그리고 영화 판도라가 원전에 대한 국민 인식을 바꾸고 있다. 2월7일 법원은 "월성 원전1호기 계속운전 허가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국민은 원자력업계가 이번 일을 계기로 반성하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런데 반성은커녕 적반하장으로 나오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과 교수는 여러 언론에 기고를 통해 법원의 사실 판단에 대해 30년 전 허가 당시 안전 규정만 지키면 계속운전 허가를 해도 된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원자력안전법령에는 계속운전을 위한 안전성 평가 시 최신 기술 기준을 적용하도록 규정돼 있다.
또한 정교수는 에너지경제신문 기고를 통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대해 부당한 공격을 했다. 태양광, 풍력은 해가 뜰 때, 바람이 불 때만 발전하며 급전불응(給電不應)을 강조한다. 또한 재생에너지 설치량만큼 기존 발전소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공급 비율이 덴마크는 60%, 독일은 30%가 넘지만 추가적인 화석발전 건설 없이 잘 운영하고 있다.
또한 국내외 에너지 독립섬의 많은 사례는 기존 발전소를 부분적으로 활용하면서 50% 이상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100%를 목표로 하는 도시나 지역은 제주도는 물론 세계 각국에 너무나 많다. 정 교수가 말 한대로 일시적으로 태양광, 풍력의 출력을 제어하거나 아니면 다른 화석발전 출력을 제어함으로써 수요를 맞추거나 아예 수요 자체를 통제하기도 한다. 반면 원자력은 출력 조절 자체가 불가능한 전원이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 일조량도 낮고 바람 세기와 방향 등도 나쁘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 일조량은 세계적으로 비교적 좋은 편에 속한다. 우리보다 못한 일본은 우리의 10배가 넘는 태양광발전을 설치했으며, 일사량이 30% 정도 떨어지는 독일과 영국 역시 태양광 보급량이 우리보다 훨씬 많다. 태양광 발전은 반도체 성질을 갖고 있어 온도가 올라가면 출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봄, 가을에 출력이 좋다. 태양열발전은 온도가 높은 열대 지방이 유리하지만 태양광 발전은 다르다. 이미 태양광발전이 화력이나 원자력발전보다 더 경제적인 나라와 지역이 많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화력과 원자력의 세금 감면과 혜택을 없애면 5년 안에 태양광, 풍력 전력이 더 경제적인 상황으로 바뀔 수 있다.
풍력발전 역시 자원 잠재량은 충분하다. 그러나 법률적, 환경적 제약으로 자원 활용이 안된다. 그래서 해상풍력을 추진하고 있으나 대형 화력과 원자력발전을 전제로 만들어진 관련 법은 허가를 불허하고 있다. 그나마 간신히 법률적 제약을 피해 적정 부지를 찾아도 민원과 편견 때문에 사업 추진에 애로를 겪고 있다. 정교수가 지적했듯이 제주도의 풍력발전 이용률은 25%다. 강원과 경북이 풍력발전 누적설치량이 제주보다 많고 이용률은 비슷한 수준이다. 유럽의 풍력발전 이용률은 독일의 18%부터 영국의 26%까지 다양하다. 우리나라도 이용률 20% 넘는 지역이 상당함을 추정할 수 있다.
그리고 정교수는 풍력 이용률이 25%이기 때문에 전체 시간의 1/4은 돌고 있고, 3/4은 정지해 있다고 상식 밖의 주장을 했다. 이용률은 년간 실제 생산량을 년 간 이론적 최대 생산량으로 나눈 값이다. 쉬운 예를 들어 1년 내내 1/4출력으로 돌아도 25%다. 정 교수의 주장은 발전을 시작하면 최대 출력으로 정지할 때까지 똑같은 출력을 유지해야 하는 원자력발전 이용율에는 맞는 말이지만 다른 전원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정 교수는 또한 제주도가 최저 부하가 450Mwp이기 때문에 풍력발전은 150Mwp 이상 건설해도 가동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2017년 2월 두 배 가까운 271Mwp가 설치돼 있는데 696Mwp를 추가로 건설하려고 한다며 개탄하고 있다. 그리고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기존 발전소를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 무슨 설명이 필요하랴. 이미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고 있는데, 원자력업계 그들만은 아직도 아닌가 보다. 그저 웃프다.